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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 자리에 있을 사람에게
시인이면서 사회학자이기도 한 이의 단상 기록은 그 어느 글보다도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투명하게 비춘다. 그 안에서 각자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과, 가족, 지인, 그 밖의 모든 이들에 대하여, 그들이 서 있는 이 세계에 대하여. 개인의 일은 때로 우리의 일이 되기도 하고, 그리하여 사회와 시대의 일이기도 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의 일상 속 사유를 쉬이 흘려보낼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리라.
여담이지만,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라는 책 제목이 마음을 동하게 했다. 시인다운 인사말이라는 생각과 함께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안부를 진심으로 건넬 수 있는 그런 곳이 바로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세계라는 안도감 때문이기도 했다.
시대가 불행할 때 시인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시인이 시대의 진리를 증언해서가 아니다. 시인은 불행한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다시 돌아가야 할, 삶과 노동에 잠재한 행복의 형상을 밝히는 자다. 그렇기에 나는 시인은 진리가 아니라 행복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믿는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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