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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그래도 살아야 했습니다
전투에 투입되기 위해 이제 막 낯선 땅에 발 디딘 각국의 참전용사와 장병의 얼굴들을 찬찬히 살피자니, 문득 이후 이들 앞에 처해졌을 가혹한 생사의 기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자못 숙연해진 마음으로 넘기는 사진집 안에는 우리가 흔히 전쟁하면 떠올리기 마련인 파괴된 거리 풍경을 비롯하여 피난의 모습,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생계를 꾸리며 일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빼곡하게 등장하고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말미에는 종군기자이자 이 사진들을 직접 찍은 존 리치의 인터뷰가 실려있는데, “운전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시골의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봤습니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끔찍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었어요. 언덕과 강변에 있던 어여쁜 나무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p.316) 라 회고하고 있다. 나는 그 문장을 되뇔수록 마음 한 켠이 몹시도 저릿했는데, 그것은 그 격렬하고도 참혹했던 전쟁의 한복판에서 쉬이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모두의 힘이기도 한 이유리라.
『1950 한국전쟁 70주년 사진집』은 종군기자 존 리치가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 이곳저곳을 발로 뛰며 기록한 컬러사진집이다.
이 사진들이 사람들에게 교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을 컬러로 보는 것인데요. 컬러사진은 현장감이 뛰어납니다.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지, 전쟁에서 군인들이 어떠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군인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명령에 따라 전선에 배치되고, 총탄 세례를 감수해야 하고, 거기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잔혹한 현실인 거죠. - p.317 인터뷰 중에서
1950 한국전쟁 70주년 사진집 - 존 리치 지음/서울셀렉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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