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뭉클하고 따뜻한 이야기
잠들어야만 방문할 수 있는 세계,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 그곳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꾸고 싶은 꿈을 구입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상대로 꿈 파는 일을 하는 백화점 직원들과 그곳에 꿈을 납품하는 제작자들이 모인 곳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판타지임에도 허무맹랑하기 보다는 외려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일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말하자면, 그들이 이룩한 세계는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잠을 자고 꿈을 꾸는 이들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데, 그 핵심은 자신이 꿀 꿈을 선택할 수 있다는 데에서 비롯되지 않을는지. 나 역시도 매일 밤, 오늘은 어떤 꿈을 꾸게 될까, 기왕이면 즐겁고 신나는, 설레고 행복한 꿈을 꿨으면! 하는 식의 기대감을 품으며 잠자리에 들곤 한다. 더러는 어느 때, 어떤 장소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좋겠다고, 구체적인 바람을 가지기도 하면서. 그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잠드는 편이 확실히 몸도 마음도 릴랙스 하게 해 줌으로써 한결 편히 잠에 빠져들 수 있게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단순한 바람을 넘어 명확하게 지정하여 꿀 수 있다면? 그리하여 잠든 내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발 딛는 날이 온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그때에 페니가 미소 지으며 반갑게 인사해줬으면! 나에게도 부디 “오늘은 아직 좋은 꿈이 잔뜩 남아 있답니다!”(p.279)라고 말해준다면, 얼마나 신이 날까, 책을 읽고서 유쾌한 상상도 해봤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꿈 백화점을 찾은 이들에게는 그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그러니까 현실에서 충족되지 못한 어떤 결핍이 그들로 하여금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찾게 한 것이다. 이는 곧 일상 속 저마다의 고민을 껴안고 살아가는 존재들을 꿈 백화점이라는 무대 안에서 기꺼이 그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게 한 판타지의 힘이라고 할 수밖에. 그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포근하게 우리를 감싸 안는다.
“여러분은 언제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십니까?” (…) “여러분을 가둬두는 것이 공간이든, 시간이든, 저와 같은 신체적 결함이든…. 부디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그 과정에서 절벽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 기분이 드는 날도 있을 겁니다. 올해의 제가 바로 그랬죠. 저는 이번 꿈을 완성하기 위해 천 번, 만 번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꿔야 했습니다. 하지만 절벽 아래를 보지 않고, 절벽을 딛고 날아오르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 독수리가 되어 훨훨 날아오르는 꿈을 완성할 수 있었죠. 저는 여러분의 인생에도 이런 순간이 찾아오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제가 만든 꿈이, 그런 여러분에게 영감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겁니다. 큰 상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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