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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집이 비어 있으니 며칠 지내다 가세요’라 건네는 시인의 첫말이 포근하게 다가오는 시집,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바다는 왼쪽 방향이고 슬픔은 집 뒤편에 있’다고 덧붙인 말 안에 스민 지극한 배려가 어수선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애써 외면하고 또 그런 식으로 잊으려 했던 나의 슬픔을 가만히 응시하게 한다. 살피고 보듬게 만든다. 그야말로 시집 자체가 나에게 하나의 온화한 집이 되어준 셈이다. ‘그 집에 살다 가세요’라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산란했던 마음이 한결 놓이고 말았으니까. 삶에 짊어진 슬픔을 시인이 창조해 낸 시적 언어 안에서 위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어찌나 놀랍고도 멋진 일인지 새삼 감탄하면서.
이 생에서는 실컷 슬픔을 상대하고 단 한 줄로 요약해보자 싶어 시인이 되었건만 상대는커녕 밀려드는 것을 막지 못해 매번 당하고 마는 슬픔들은 무슨 재주로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 슬픔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 p.14,15 「슬픔이라는 구석」 중에서 |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 이병률 지음/문학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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