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국 단편 문학의 가장 빛나는 성취
인간이라는 존재는 기본적으로 납득하고 이해하기를 바란다. 이 순간, 이 사람, 이 관계, 이 모든 일련의 상황을 납득하고 이해하기를, 때로는 이해받기를 바라 마지않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인간의 기본값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우리는 모든 것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더러는 자기 자신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인간은 매 순간 이해하기를 멈추지 않는데, 그 불가능함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시도해 나가는 과정 안에서 삶은 안정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것이 유독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마치 삶이 불가해한 것인 한,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기 라도 한 것처럼.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 실린 열 편, 그 안에 등장하고 있는 인물들은 지난날을 반추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 일이고 이제는 무관한 일일 뿐이라고 여길 법도 한데, 그럼에도 지울 수 없던 일, 그리하여 가슴속 깊이 담아두고 있던 일들에 대하여 말이다. 그리고 훗날 떠올린다. 그때의 즐거움과 설렘, 실망과 좌절, 그로 인한 상실과 그리움에 대하여. 그렇게 저마다 지난날을 응시하며 자기 자신을, 상대를, 그때의 상황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저 시도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전부 일뿐이라고 해도 무방 할 만치. 이와 같은 사실이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엄연히 다가온다. 그것이, 그 자체가 우리 삶의 일부임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뭔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발견의 기회를 없애버리게 되니까요.”
- p.92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문학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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