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스테판 브라이트비저에게 어머니 집 다락은 제 자신만을 위한 보물 상자였다. 더욱이 그 공간에는 사랑하는 여인 앤 캐서린도 함께였으니,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황홀한 나날이었으리라. 그야말로 그 시절의 그는 확실히 “젊고, 승리감에 차 있었다.”(p.288) 다만 그가 하나둘 채워 놓은 보물 상자 속 보물들은 결코 그의 소유가 될 수 없었음을 그 자신만이 모르고 있었을 뿐.
이 예술 도둑의 뒤를 밟는 일은 한 인간의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과 그로 인한 파국의 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기도 했다.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마음껏 즐기고 싶”(p.35)다던 그의 바람은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 그가 도둑질을 하는 순간 자신을 비롯한 주변의 모든 것을 망가뜨리고 말았으므로. 예술을 사랑해 작품을 해방시켜 준 것이라는 그의 말은 궤변에 지나지 않았고, 제 아무리 능숙한 절도 기술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꼬리가 길면 밟히기 마련임을 그는 정녕 몰랐던 것인지 의문스럽기도 하지만, 욕망에 단단히 홀린 그에게 그것을 염려할 여력은 없었으리라.
감정과 소유, 욕망에 사로잡힌 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스테판 브라이트비저를 통해 확인한 듯도 싶다.
포스터 침대에 드러누워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하곤 했다. 훔친 작품들에 둘러싸여,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방 안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장면이다. 그는 떠나겠지만 그의 작품들은 영원히 남는다. 브라이트비저는 늘 다락 안 물건들이 자신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 p.288
예술 도둑 - 마이클 핀클 지음, 염지선 옮김/생각의힘 |
반응형
'별별책 >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 진은영 | 마음산책 (2) | 2024.12.28 |
---|---|
대온실 수리 보고서 | 김금희 | 창비 (0) | 2024.12.21 |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 | 다산초당 (1) | 2024.12.14 |
고양이가 말했다 나처럼 살아보라고 | 림헹쉬 | 포레스트북스 (0) | 2024.12.07 |
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 | 마스다 미리 | 소미미디어 (0) | 2024.11.23 |
삶을 견디는 기쁨 | 헤르만 헤세 | 문예춘추사 (2) | 2024.11.16 |
각별한 마음 | 장자크 상페 | 열린책들 (0) | 2024.11.09 |
고비키초의 복수 | 나가이 사야코 | 은행나무 (0) | 2024.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