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의 깊은 사색 안에서 삶을 견디는 기쁨을 마주한다.
짐작건대 그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무엇 하나 허투루 생각지 않고 자신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것을 유심히 살피며 그 안에 깃든 기쁨과 궁극적 행복을 응시하는 존재였으리라. 그런 까닭에 그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때때로 견디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삶에 대한 놀라운 열정과 따스한 온기, 그리고 눈부신 햇살이 그 짧은 순간에 얼마나 많이 표현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날에 주어지는 선물을 가능한 한 순수하게 받아들이려고 할 것이”(p.101)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므로 마주한 시련을 외면하지 말고 꿋꿋하게 견뎌 나갈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격려한다. 무엇보다 일상 속 사소한 기쁨을 간과하지 말 것이며, “슬픔에 잠긴 채 혼자 멀리 떨어져 있다면 가끔은 아름다운 시의 구절을 읽고, 즐거운 음악을 들으며, 수려한 풍경을 둘러보고, 당신 생애에 가장 순수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려 보라!”(p.59), "하늘이 있는 풍경으로 더 자주 시선을 옮기고, 나무가 있는 자연으로 더 자주 발걸음을 하며, 자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더 확보하“(p.77)라는 개인적 체험에 대한 조언도 덧붙인다. 나아가 “절망은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정당화시키려는 진지한 시도가 만들어 낸 결과”(p.164, 165)임을 지적하며 절망에 빠진 이들을 응원하는 동시에 그 절망을 도리어 은총으로 이끌어 내는 삶의 지혜가 필요함을 역설하기도 한다.
헤세의 문장이 전하는 삶의 온기가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어딘가에 - p.266
인생의 사막에서 나는 정처 없이 방황하며/ 무거운 짐에 겨워 신음한다./ 그러나 거의 잊어버렸지만 어딘가에/ 시원하게 그늘지고 꽃이 만발한 정원이 있음을/ 나는 안다.
그러나 아득히 먼 꿈속 어딘가에/ 영원한 안식처가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안다./ 그곳에서 영혼은 다시 고향을 찾고/ 영원한 잠, 밤 그리고 별이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안다.
삶을 견디는 기쁨 -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문예춘추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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