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별책/2025

(27)
인생의 베일 | 서머싯 몸 | 민음사 진정한 사랑, 용서와 화해, 삶의 의미를 되짚는 감동적인 대서사시   “알겠지만, 평화는 일이나 쾌락, 이 세상이나 수녀원이 아닌 자신의 영혼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답니다.”    - p.192   원장 수녀가 했던 말을 떠올려본다. 수녀원에서 봉사하기를 바라는 키티의 간절함 뒤에 숨은 불안하고 혼란한 심리를 간파한 그녀였기에 건넬 수 있던 조언이었으리라. 키티는 그렇게 “봉사하는 일에서 영혼을 재충전하는 길을 발견했”(p.192)고, 지난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후회하는 동시에 외도 상대였던 찰스 타운센드를 향한 자신의 사랑이 얼마나 무가치한 것이었는지를 깨우쳤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외도한 아내를 사랑했던 스스로를 참을 수 없었던 월터는 제 영혼 속에서 평화를 찾지 못한 채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그렇게..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 이바라기 노리코 | 스타북스 일본 교과서에 윤동주 시 4편을 수록한 시인   “내가 가장 예뻤을 때”로 경쾌하게 시작하는 시는 이내 그녀가 사는 암담한 세상을 보여 준다. 비로소 전쟁은 끝났지만 조국은 패전국이 되어 남은 것이라고는 파괴된 거리와 넘쳐나는 죽은 이들뿐인 곳이다. 거기서 “비굴한 거리를 쏘다”니는 것 말고, 소녀는 무얼 할 수 있었을까.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아주 불행했다”는 담담한 고백에 가슴이 아릿해 오는 연유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될수록 오래 살기로” 했다는 그녀의 결심에 깊은 안도감을 느낀다. 그것은 말하자면 희망이 아닐는지 하는 기대인 것이다. 이처럼 그녀의 시에 담긴 슬픔과 괴로움, 아픔은 그 자리에 고여 있지 않는다. 현실을 바로 보고, 그럼에도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짐으로써 삶을 낙관한다. 그..
영원한 것을 | 나가이 다카시 | 바오로딸 한줌의 잿더미에서 영원한 것을 찾은 나가이 다카시의 자전적 소설   나가사키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류우키치는 가톨릭 신자 마을인 우라카미의 소장수 집에서 하숙하게 되면서 ‘삶 자체가 기도’(p.29)인 주민들의 모습에 감화된다. 하느님과의 맺음을 통해 비로소 영원성을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세례를 받고, 남은 일생을 하느님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해야 함을 몸소 실천하는 삶을 살아간다. 이는 곧 저자 나가이 다카시가 걸어온 삶의 모습이기도 했으리라. 그 안에서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 방향성 등 삶의 모범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어 탄복하게 된다. 특히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자 제 건강을 잃으면서도 방사선 진료와 연구를 멈추지 않았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