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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5

영원한 것을 | 나가이 다카시 | 바오로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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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한줌의 잿더미에서 영원한 것을 찾은
나가이 다카시의 자전적 소설

 

 

 

나가사키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류우키치는 가톨릭 신자 마을인 우라카미의 소장수 집에서 하숙하게 되면서 ‘삶 자체가 기도’(p.29)인 주민들의 모습에 감화된다. 하느님과의 맺음을 통해 비로소 영원성을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세례를 받고, 남은 일생을 하느님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해야 함을 몸소 실천하는 삶을 살아간다.

이는 곧 저자 나가이 다카시가 걸어온 삶의 모습이기도 했으리라. 그 안에서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 방향성 등 삶의 모범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어 탄복하게 된다. 특히 자신의 소명을 다하고자 제 건강을 잃으면서도 방사선 진료와 연구를 멈추지 않았던 그의 열정은 마태오 복음서 22장 39절의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계명에 따른 것으로 후일 거처로 삼았던 오두막의 이름, ‘여기당(如己堂)’에서도 그런 그의 지향을 짐작하게 한다. 더욱이 그는 불편한 몸으로 많은 이들에게 평화를 말하며,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를 독려하는 집필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원폭으로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된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예수님의 말씀뿐이었고, 그것만이 영원할 수 있음을 절실하게 깨달은 연유이기도 것이다.

모든 것을 잃은 참담한 상황 속에서도 기꺼이 신앙의 증거자가 되었던 그를 기억하며.

 

 

 

 

묵주알 | 나가이 다카시 | 바오로딸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수년 전 우연찮게 『나가사키의 종』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저자인 나가이 다카시(永井隆)를 알게 됐다. 나가사키 원폭의 현장에서 두 아이와 살아남았지만, 아내를 잃

byeolx2.tistory.com

 

 

 

정신이 든 것은 새벽녘이었다. 하늘이 훤하게 밝아지면서 별 그림자가 엷어졌다. 곤토비라 산 위에 샛별이 빛나고 있다. 맑은 아침 바람에 류우키치의 의식이 되돌아 왔다. 샛별은 성모 마리아에 비유된다. 태양에 앞서 오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빛을 주고, 사랑의 얼을 베풀어 주실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 전에 성모 마리아는 암흑의 구약 시대 마지막 무렵 빛나는 별로서 원죄에 물듦이 없는 빛을 냈다. 류우키치는 묵주를 꺼내 잿더미 위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재야말로 인류와 그 삶이 허무함을 여실히 말해 주는 존재다. 고요하다. 원자폭탄을 맞은 벌판에는 아무 소리도 없고, 살아 있는 것들의 기척도 없다. 동쪽 하늘이 밝아온다. 절망의 어둠 속을 향하여 희망의 빛이 비쳐오는 것 같다. 류우키치는 마음을 가다듬고 기다리고 있었다. 고요히 힘차게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예수님 말씀이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p.324, 325 「제2부 새로운 삶 - 재」

 

 

 

 

 

영원한 것을 - 10점
나가이 다카시 지음, 이승우 옮김/바오로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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