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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6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 | 곤살로 모우레 · 알리시아 바렐라 | 북극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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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사랑과 기적을 믿는 당신을 위한 그림책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를 펼치면 일러스트레이터 알리시아 바젤라의 열 두장의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연속된 그림들은 모두 공원이라는 동일한 장소를 배경으로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그림은 아니다. 동일한 장소라 할지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공원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이유다. 마치 빛을 열망하던 인상주의 화가들이 동일한 풍경을 대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화폭에 담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일까. 문득 이 공원이라는 장소가, 이곳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를 만나고 싶어졌다.

 

숨은 그림을 찾듯 특정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 시선을 이동하면서 자연스레 인물의 표정과 행동을 유심히 살펴본다. 그리고 그것들을 실마리 삼아 인물의 이야기를 상상해본다. 이런 식으로 열 두장의 연속된 그림을 자유로이 오가면서 제각기 인생에서 주인공이기 마련인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보는 것이다. 물론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 역시 마찬가지다.

 

알리시아 바렐라의 열 두장의 연속된 그림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면, 그 뒤에 실린 곤살로 모우레의 글 일곱 편은 그 상상들을 구체화하고 있다. 사소한 다툼 후 화해를 하는 소년·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떨어진 꽃」을 시작으로, 늙은 자신을 쓸모없다고 느끼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 「갑자기 늙었다는 기분이 들다」, 예술적 영감을 찾아 스페인에 온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공중으로 떠오른 시인」, 또래 아이들과 뛰노는 것 대신 수학 문제를 풀거나 혼자서 뭔가를 탐구하길 좋아하는 꼬마의 이야기 「꼬마 과학자」, 에카도르의 산골 마을에서 스페인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축구를 좋아하는 소년의 이야기 「골인!」, 시각 장애인 안내견 역할을 하고 있는 황금색 털을 가진 멋진 개의 이야기 「개와 고양이」, 공원에서 길거리 연주를 하는 플루티스트의 이야기를 담은 「플루티스트와 참새」가 그것이다.

 

이외에도 그림 안에는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존재한다. 그들 역시 연속된 그림 안에서 제각기 움직이고 있다. 가령 화창한 날 유독 혼자서만 노란 우비에 레인부츠, 우산을 쓰고 있는 소녀를 살펴보자. 그녀의 머리 위로는 먹구름이 떠 있고 비가 내린다. 소녀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어쩐지 수심이 가득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마음속으로 의문을 품으며 다음 페이지를 펼치니, 한참을 같은 자리에서 맴돌던 소녀가 공원 이편에서 저편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다음 페이지에선 어느새 소녀의 머리 위를 따라다니던 먹구름이 사라지고, 소녀의 시선이 땅이 아닌 하늘로 향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소녀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펼쳤던 우산을 접고는 프레임 밖으로 사라진다. 이 소녀의 표정과 몸짓 등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살피면서 우리는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 소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그 구체적인 이야기는 우리 각자의 몫일 것이다. 

 

애초부터 이 그림책에는 주인공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인생에서 주인공이듯, 공원 안에 있는 인물들 역시 저마다 자신들만의 이야기가 있는 독립된 존재인 것이다. 또한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무한한 상상력 속에서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기적을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해 보시길.

 

 

 

 

 

 

저는 다시 이 공원에 놀러 올 거예요. 가능한 매일요. 참새들도 제 연주를 들으러 다시 오면 좋겠어요. 그리고 붉은 물고기도 다시 나타나 주면 좋겠지요? 그래야 뭔가 멋진 일이 일어나니까요.    - 「플루티스트와 참새」중에서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 - 10점
곤살로 모우레 지음, 알리시아 바렐라 그림, 이순영 옮김/북극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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