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죽음들은 '단순 사고'인가 '살인 사건'인가
8년 전의 그날로부터 시작된 두 세계의 대결
이제 모든 일은 예측할 수 있다
황화수소로 인한 중독 사고가 두 달 남짓한 사이에 두 건이 발생한다. 나카오카 형사와 아오에 교수는 피해자의 신상과 사고 당시의 기후, 현장에서 발견된 단서 등을 바탕으로 사고 발생의 단서를 찾고자 애를 쓴다. 애초에는 황화수소를 인위적으로 발생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 우연히 발생한 아주 불운한 사고로 판단한다. 그러나 사고 현장을 파헤칠수록 우연히 발생한 단순 사고로 결론짓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두 군데가 아님을 절감하면서, 황화수소로 인한 중독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두 사고가 어쩌면 긴밀하게 연관된 살인 사건은 아닌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품게 된다.
그러던 중, 두 건의 사고 장소인 아카쿠마 온천과 도마테 온천에서 누군가의 뒤를 쫓고 있던 의문의 소녀, 우하라 마토카를 떠올린다. 의문으로 가득한 두 사건의 실마리를 풀 결정적 인물임에 분명하다는 확신을 가지면서.
사실『라플라스의 마녀』가 두 건의 황화수소 중독 사고를 중심으로한 이야기임에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독한 완벽주의를 추구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가족을 없앰으로써 자신의 완전무결함을 증명해 보이고자 했던 인물이다. 사고로 교묘하게 위장했던 그의 살인 범죄 역시 황화수소 중독이었다. 이는 두 건의 온천지에서 발생한 사건 원인과 일치하는 것으로, '머리가 돌아버린 인간이 저지른 이기적인 범죄'를 단죄하고자 하는 한 인물의 뼈아픈 복수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세상은 몇몇 천재들이나 당신 같은 미친 인간들로만 움직여지는 게 아니야. 얼핏 보기에 아무 재능도 없고 가치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야말로 중요한 구성 요소야. 인간은 원자야. 하나하나는 범용하고 무자각적으로 살아갈 뿐이라 해도 그것이 집합체가 되었을 때, 극적인 물리법칙을 실현해내는 거라고. 이 세상에 존재 의의가 없는 개체 따위는 없어. 단 한 개도." - p. 497
반전과 트릭이 돋보이는 치밀한 구성은 물론이고, 수학과 물리학 · 뇌의학의 세계를 위화감 없이 풀어내서 한층 신선했던 『라플라스의 마녀』.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의 30주년 기념작에 빛나는 한 권이었다고 생각한다.
라플라스의 마녀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현대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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