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볼 것 없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하지 않는 법’에 대한 에세이
60대에 접어든 저자가 여태껏 독신 여성으로서 살아온 삶, 그 방식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책 제목과 같은 마인드가 자리한다. 비교적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사회에서 의례히 요구되기 마련인 여성상에 구애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진짜 그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 지극히 마땅한 일이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어느 순간 되돌아보면 주위 시선, 사회의 암묵적 요구에 휩쓸리고 마는 일상 안의 자신을 마주할 때가 적지 않은 것이다. 그때에 마주했던 당혹스러움과 그로 인한 피로감과 자괴감은 한동안의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곤 했다. 이와 같은 여러 차례의 부침 안에서 나는 결국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만 했는데, 그것은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세계에서 조금 겉돌더라도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을 좇기로 하자는 결론이었다. 물론 모든 일이 그러하듯 부작용은 엄연히 존재했는데, 까다롭다, 유별나다, 특이하다는 식의 세간의 은근한 따갑고도 괴이한 시선이 그것이었다. 내 기준으로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선택이었기에 기꺼이 감내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끔은 못 견디게 아프기도, 부담스러운 시선에 차라리 숨고 싶어 질 때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조금씩 굳은살이 더해지면서 요령 좋게 넘길 줄 아는 여유가 생겨 차츰 나아지리라는 믿음이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든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면 어떤 고정관념이나 편견에도 굴하지 않고 하지 않는 그녀의 강단 있는 모습, 그런 삶의 방식은 내게 하나의 표본인 동시에 이 세계의 외계인 같던 나에게 묘한 동질감을 가지게도 했다. 이 사회가 각자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너그러이 껴안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고대하면서.
오래전 소설 『카모메 식당』을 읽었었다. 핀란드의 헬싱키라는 낯선 도시에 정착해 오니기리를 만들어 파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던 사치에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소소하지만 작은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일상을 채워 나가던 그녀, 실은 일찍이 독립적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작가가 바라 마지않던 삶의 방식 내지는 이런 삶도 좋겠다 싶은 이상을 반영한 인물일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을 뒤늦게 해 본다.
하지도 못할 일을 꾸역꾸역 일을 맡으면 언젠가는 자멸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실례가 되지 않도록 거절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남의 페이스에 말려들어서 자신의 시간도 빼앗기고, 결과는 엉망이 될 따름이다. 뒷담화를 하면서도 내키지 않는 교제를 계속하는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실례가 되지 않도록 거절하는’ 법을 생각하지 않았고, 생각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게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자기 머리로 생각해야 한다. 어른이니까 그 정도는 자신이 알아서 하라고, 못하겠다면 그냥 그런 관계 속에 있으면 되지 않냐고 말해주고 싶다. - p.183, 184
나랑 안 맞네 그럼, 안 할래 -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이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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