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스트 권석천,
당신과 나, 우리의 오늘에 대해 질문하다
글을 마주하면서 한동안 나는 냉엄한 기분에 젖었다. 그가 바라본 세상과 사람을 향한 시선 안에서 각성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죄의식, 그로 인한 낭패감 탓이었다. 늘 자기 객관화를 염두에 두고자 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합리화하며 무너지고 말았던 일을 스스로에게 조차 가릴 수는 없는 것이었다. 엄밀히 말해서 그것은 이중 잣대였다. 자신으로 인한 잘못은 은근슬쩍 넘기기도 혹은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하면서 타인의 잘못에 대해서는 엄히 따지려는 행태, 이것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져 있을 때의 불상사를 심심찮게 목도하며 한탄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더욱이 사회 정의를 입버릇처럼 외치는 사람들이 정작 안으로는 자신과 가족, 속한 집단의 일에는 서슴없이 정의를 내려놓고 마는 모습에 속으로, 때로는 삼삼오오 모이거나 거대한 세력이 되어 얼마나 분노해 왔는가를 떠올려 보면 한층 명확해진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은 저네들만큼은 아니었다고 목소리 높여 항변하는 일 역시 얼마나 빈번했던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설사 그 말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정도의 차 일뿐, 손에 쥔 권력 앞에서 매사 결백했노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사람과 사람 둘 만 모여도 생기는 것이 그것인데, 일상 속에서 알게 모르게 서로가 서로에게 손에 쥔 권력을 무기로 버릇없는 사람이기를 얼마나 마다하지 않았던가, 자책하고 자조하게도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이 책은 ‘사람에 대한 예의’를 묻고 있다. 제 아무리 불완전한 인간 존재라 할지라도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격은 지키자는 메시지를 담아.
“‘나도 별수 없다’는 깨달음. 인간을 추락시키는 절망도, 인간을 구원하는 희망도 그 부근에 있다. 바라건대, 스스로를 믿지 않기를. 낯선 나와 마주치는 순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믿는 순간 편견의 구렁텅이에 굴러떨어지고, 믿는 순간 맞은편 차량과 추돌한다. 한 고비 돌 때마다 가능한 길게 클랙슨을 울려야 한다.” - p.17
사람에 대한 예의 - 권석천 지음/어크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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