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순하고 여린 것들로 북적대던 아름다운 시절이 끝나고 찾아온 적막
그 세상에서 끝내 버릴 수 없던 어떤 마음과 그 마음이 남긴 몇 줄의 시
지난날 기행이 걸어온 어둠길은 오늘에서야 한줄기 빛을 되찾는다. 시를 쓸 수 있었던 한여름 밤의 꿈과도 같았던 시절 이후, 끝없는 밤을 걷고 또 걸어야만 했던 그의 고행이 시대를 뛰어넘어 작가 김연수의 숭고한 손끝 작업을 통해 비로소 새날의 희망으로 가닿은 까닭이다. 대개 우리는 개인의 꿈을 좌초시키는 혹독하고도 암담한 현실, 그 안에서 인간은 무얼 할 수 있을까에 대하여 골몰하고는 한다. 그러니까 제각기 마주한 현실의 벽 앞에서 고민하고 아파하며 절망도 하는 것이다. 나는 시를 쓰고 싶었지만 쓸 수 없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 안에서 기행 그 자신이 바라고, 작가와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바라 마지않는 저마다의 꿈을 향한 하나의 마음을 본 듯하다.
“그래도 꿈이 있어 우리의 혹독한 인생은 간신히 버틸 만하지. 이따금 자작나무 사이를 거닐며 내 소박한 꿈들을 생각해. 입김을 불면 하늘로 날아갈 것처럼 작고 가볍고 하얀 꿈들이지.” - p.223
일곱 해의 마지막 - 김연수 지음/문학동네 |
반응형
'별별책 > 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의 빌라 | 백수린 | 문학동네 (0) | 2020.08.29 |
---|---|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 | 백영옥 | arte (0) | 2020.08.22 |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 무라카미 하루키 | 민음사 (0) | 2020.08.15 |
베네치아의 종소리 | 스가 아쓰코 | 문학동네 (0) | 2020.08.08 |
사람에 대한 예의 | 권석천 | 어크로스 (0) | 2020.07.25 |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 김영사 (0) | 2020.07.18 |
시절과 기분 | 김봉곤 | 창비 (0) | 2020.07.11 |
룬샷 | 사피 바칼 | 흐름출판 (0) | 2020.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