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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물살 같은 시간 속에서 헤엄치는 법을 알아내는
연약한 이들의 용감한 성장담, 단 하나의 사랑론
서로를 마음에 품었으면서도 자기 안의 상처와 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오랜 세월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도담과 해솔의 얄궂은 인연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정녕 사랑만 있다면 함께 해도 좋은 걸까. “두 사람 앞에 파도가 일고 있었지만 그들은 수영하는 법을 알았다.”(p.296)는 맺음이 그들이 나아갈 앞날을 긍정하고 있지만 어쩐지 불안한 마음이 들고 만 것. 이미 걸어온 시간 속에서 보였 듯, 그들은 이 세계에 자신들 밖에 없는 것처럼 오직 서로한테만 몰두해 있으면서 — 비록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 정미와 승주, 선화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그들이 함께 목격한 그날의 급류는 삶의 순간순간 자신들 마음 안에서 다시금 매섭게 휘몰아치며 언제든 깊은 소용돌이를 만들어낼 것이 자명하리라.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가장 잘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도 있겠지만, 가장 아픈 방법으로 그 상처를 덧나게 할 수도 있으리라는 것은 나의 지나친 노파심일까. 이런 인연인지 악연인지 알 수 없는 관계 안에서 괜히 나 혼자 진땀 빼며 답답해하고 있음에 조금 열없어지기도 했다.
누군가 죽기 전에 떠오르는 사람을 향해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랑이란 말을 발명한 것 같다고. 그 사람에게 한 단어로 할 수 있는 말을 위해 사랑한다는 말을 만든 것 같다고. 그때 깨달았어. 사랑한다는 말은 과거형은 힘이 없고 언제나 현재형이어야 한다는 걸. - p.289, 290
급류
2020년 《한경신춘문예》에 장편소설 『GV 빌런 고태경』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정대건의 두 번째 장편소설 『급류』가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40번으로 출간되었다. 『급류』는 저수지와 계곡이 유명한 지방도시 ‘진평’을 배경으로, 열일곱 살 동갑내기인 ‘도담’과 ‘해솔’의 만남과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아빠와 함께 수영을 하러 갔던 도담이 한눈에 인상적인 남자아이 ‘해솔’이 물에 빠질 뻔한 것을 구하러 뛰어들며 둘의 인연은 시작된다
- 저자
- 정대건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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