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서른한 살의 나이에 햇수로 9년째 라디오 구성작가로 일하고 있는 공진솔. 그녀가 담당하고 있는 프로그램인 <노래 실은 꽃마차>에 개편이 단행되면서 새로운 피디를 맞이하게 된다. 그 상대는 두 살 연상의 5년 차 피디인 이건. 낯가림이 심한 성격 탓에 새로운 피디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데다가, 시집까지 펴낸 시인이라는 독특한 이력이 더해져 그녀를 더욱 부담스럽게 만든다. 어찌 됐든 그들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둘은 사랑의 감정을 꽃 피우며 연인 사이가 된다. 서로에 대한 숨겨지지 않은 사랑스러움과 애틋함에 안절부절못하면서도 때론 미움과 오해, 섭섭함에 격한 다툼을 하기도 하는 그런 평범한 연애를 하는 사이. 빤히 예상했던 흐름이다. 한마디로 진부하다.
그러나 이 진부함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존재나 할까. 우리 자신들이 반복하고 있는 연애의 과정을 되짚어만 봐도 답은 어렵지 않다. 애당초 사랑이란 진부한 것은 아니었던가. 물론 이제 막 시작된 관계에선 이 사랑이 그전과는 분명하게 다를 새로운 사랑이 될지도 모를 것이라는 환상을 가질 수는 있다. 극히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고. 그러나 그 사랑 역시 결국은 진부해져 버리는 시기가 올 것임을 우리는 몇 차례의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지는 않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알은체는 '사랑'이란 이름 앞에서 그다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우리 모두는 태생적으로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임을, 그래서 기꺼이 진부한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존재임을 누구보다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는 이유다. 그러기에 그 뻔한 이야기에도 마치 자신이 공진솔 혹은 이건이라도 되는 양, 콩닥거리며 설레하기도 하고 함께 마음 아파하기도 했던 것이리라.
작가의 말을 보면, '30대 초중반. 적당히 쓸쓸하고 마음 한 자락 조용히 접어버린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천천히, 조금 느리게 그리고 싶었습니다.'라고 적고 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그에 맞는 한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추억이란, 사라지는 풍경이란, 그 자체로만 남는 것은 아니니까. 그때 함께한 사람으로 인해 남는 것이기도 하니까. - p.290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이도우 지음/알에이치코리아(RH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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