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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9

주주 | 요시모토 바나나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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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알라딘 이미지]

 

 

"맛있는 햄버그 속에는 누구도 만질 수 없는 기적의 공간이 있다."

 

 

오랜만에 읽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언제나처럼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안도하게 한다. 이야기에 깃든 치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햄버그 스테이크 가게 ‘주주’ 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상처를 끌어안고 있으면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를 도우면서 오늘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시간들 속 노력은 착실하게 쌓여 지난날의 상처를 조금씩 아물게 하고 새 살도 오르게 한다. 흔히 이 일련의 과정을 두고 우리는 ‘삶을 살아간다’라는 문장 안에서 이해하곤 하는데, 어쩌면 그것은 삶의 민낯을 확인하는 일에 더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누구에게도 떠넘길 수 없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온전하게 감당해야 할 시련의 몫이 늘 우리 곁에 존재하는 이유다. 하지만 위기와 시련이 찾아오더라도 매일 주주 소리 내며 익어가는 햄버그와 스테이크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처럼 그들은 주변 사람들 안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미쓰코 부녀는 엄마이자 아내라는 소중한 이를 한순간에 잃고서도 묵묵히 주주를 이끌며 빈자리를 채웠고, 미쓰코의 먼 친척이자 전 남자 친구이기도 했던 신이치는 그녀의 임신과 연이은 유산 등의 시련을 돌고 돌아서 결국 다시 주주로 돌아왔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웃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그들 앞에는 새로운 인연들이 찾아왔고, 이제는 함께 할 새 나날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 이러한 결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오늘을 산 이들만의 지분이 아닐는지. 더불어 앞으로의 나날을 한층 성심껏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으로도 작용하리라.

 

이러한 결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오늘을 산 이들만의 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앞으로의 나날을 한층 성심껏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리라. ‘묵묵히 살아간다’는 말에 담긴 삶의 무게와 그 안에 깃든 놀라운 기적의 일면을 그린 소설 『주주』.

 

 

인생을 단순하게 산다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란 것도 깨달았다. 마치 서핑 같다. 파도는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니, 늘 그때그때 균형을 잡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비틀린 모습이 되어도, 의도만 유지하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만사는 단순해진다.    - p.37, 38

 

 

 

주주 - 6점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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