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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으로 침잠하여 지상의 환희로 나아간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대표 시 선집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손꼽히는 에밀리 디킨슨. 그녀는 독신의 삶을 살며 제한된 공간 속에서 내면의 사색을 추구했다고 알려져 있다. 시는 그런 그녀의 삶을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대변하고 있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데, 이를 테면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제도권 안에서 순응하고 안주하는 대신 마주한 모든 것들에 대한 내면화를 시도함으로써 주체적으로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해하고자 했음을 여실하게 보이고 있는 점이 그러하다. 그 안에서 자연스레 시에서 무수히 등장하고 있는 대시(dash)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녀가 품었던 생각들 — 기쁨과 즐거움, 괴로움과 고통, 억압과 구속, 의문과 확신, 감동과 여운… — 은 마치 하나의 관념 속에서 가지 내리고 있는 또 다른 관념의 내용을 압축하고 있는 표식으로 받아들여져 곱씹게 만드는 까닭이다. 자기 침잠에서 나아가 세계를 재구성화하고자 시도했던 그녀만의 방식에 조금이나마 다가가려 한 나의 애씀이 부디 가닿았기를.
클로버 한 포기와 꿀벌 한 마리가 있어야,
클로버 한 포기와 꿀벌 한 마리,
그리고 환상이 있어야 초원이죠.
꿀벌이 보기 힘들면,
환상만 있어도 초원이죠.
- p.245 「1755」
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 - 에밀리 디킨슨 지음, 조애리 옮김/을유문화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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