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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4

고비키초의 복수 | 나가이 사야코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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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좌절을 끝내는 가장 인간다운 방법에 관한
미스터리 군상극

 

 

 

기쿠노스케는 무사 신분을 걸고 고향을 떠나 아버지의 복수를 감행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마침내 눈 내리는 정월 그믐날 밤, 모리타 극장의 뒷길에서 복수에 성공한다. 그 운명의 날 그곳에 자리했던 사람들 가운데에는 고비키초 사람들이 있었다. 사건이 있고 2년이 지났을 무렵, 한 남자가 극장으로 찾아와 당시 사건을 목격한 5인을 차례로 만나며 그날의 진실을 파헤친다. 

그 생생한 목격담 안에서 하나 둘 밝혀지는 사건의 내막이 자못 흥미롭다. 더욱이 아버지의 복수를 결심한 기쿠노스케 뿐 아니라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악처라 불리는 극장에 정착하게 된 이들을 마주하며 에도 시대에 가장 낮은 곳에서 살아가던, 그럼에도 제 몫을 다하며 생을 살아가는 이들이 합심하여 이뤄낸 결과물인 까닭에 감동스럽기도 하다. 그야말로 그것은 “훌륭한 복수였다.”(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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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진정한 원수인 가로를 속이기 위한 책략이야. 고비키초의 복수가 아닌, 연기 놀음이다.”    -p. 371

 

 

“연극을 무시하지 마라! (…) 연극은 어엿한 어른이 진심으로 임하기에 재미있는 것일세. 꽃가지조차 살기등등한 칼날로 보이게 하는 것이 연극의 힘이야. 때로 그것은 진검을 휘두르기보다, 사람을 베기보다 어려워. 네게 연기를 철저히 해낼 각오가 있다면 염원은 이루어질 것이다.”    - p.372 「종막 고향 저택」

 

“돌이켜보면 복수의 길을 떠날 때 나는 어렸어.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모했기에 보이지 않았던 것도 있었고. 하지만 아버지 역시 한 인간으로서 괴롭고 힘드셨을 것이야. 지금은 그것을 알아. 좀 더 나를 믿고 흉금을 털어놓으셨다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셨더라면. 내가 고비키초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은 것처럼, 활로가 열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후회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요즘 드디어 너희와 함께 웃을 수 있게 되었어. 나 자신을 용서하고, 앞날을 생각해도 될 것 같았고…….”    - p.381, 382 「종막 고향 저택」

 

 

 

 

 

고비키초의 복수 - 10점
나가이 사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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