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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의 시인 박준,
그의 첫 산문집!
시인의 눈을 좋아한다. 사람과 사물, 이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깃든 순수함과 때때로의 통찰을 신뢰한다. 최근 박준 시인이 펴낸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와 함께하면서 그의 눈이 좇는 세상을 한껏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가난이 있고 외로움과 쓸쓸함이 있었고, 죽음이 자리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그해 어느 지난날의 기억이 존재했다. 그것은 쉽사리 잊을 수 없어서 곱씹을 수밖에 없는 기다림과 초조, 상처와 아픔, 기대와 바람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산문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가을에 만났던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가 그랬듯, 시인이 적어 내린 산문은 조용한 가운데 감각적이다. 시와 산문 사이의 모호한 경계까지도 닮은 이 산문들 안에서 나는 다소 가라앉아 차분해진 마음으로, 하지만 마음속 영혼만은 한결 또렷해진 상태에서 읽어 보았다. 지난했던 기억조차도 기꺼이 끌어 안아 제 가슴에 끌어안고자 하는 시인의 섬세하고도 너른 품을 본 듯하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p.157)다고 말하는 조심스러운 어투에 담긴 그 마음이 특히 그랬다.
‘그해’라는 말로 비로소 입을 떼는 시인의 마음 길에 동행해 보시길!
일상의 공간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주고 여행의 시간은 그간 우리가 지나온 익숙함들을 가장 눈부신 것으로 되돌려놓는다.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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