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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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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 진은영 | 마음산책 진은영 시인의 포기하지 않는 읽기   문학에 깃든 치유의 힘을 믿는다. 도저히 이 세계에 맞지 않아 갈 곳 없는 존재가 된 것 같은 막막한 순간에도 외로운 영혼을 감싸 줄 한 권의 책, 그 안의 한 줄 문장의 가치를 아는 연유다. 그러니 독서를 “살기 위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p.8) 했던 시인의 말이 마음 깊숙이에 와닿을 수밖에. 진은영 시인의 산문집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에 엮인 글들은 꼭 그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향한 다독임으로 보아도 무방하리라. 이를테면 문학의 힘을 빌려 함께 이 삶을 애써보자, 하는 응원의 메시지 같은. 그렇게 나는 오늘도 영혼의 문장을 캐는 광부의 마음으로 독서를 한다.   릴케의 시구처럼 우리는 책에서 자신의 그림자로 흠뻑 젖은 것들을읽는다. - p.10..
대온실 수리 보고서 | 김금희 | 창비 부서진 삶을 수리하고 미완으로 남은 인간의 소망을 재건하는 눈부신 발걸음  저마다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것은 절대적 그것과 구별되는, 오로지 그 안에 속한 존재의 온전한 몫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러므로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가닿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각자에게 부여된 운명이고 과제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창경궁 대온실 수리 보고서 기록 담당이었던 영두는 지난날의 상처받은 기억을 마음속에 묻어 두었지만, 대온실 복원의 과정 안에서 — 나아가 그 공간과 연을 맺은 적 있는 모두의 삶에서 — 비로소 마주할 용기를 얻게 되었다. 그것은 잘라내지 못하고 통째로 버려야만 했던 아픔이고 불행이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보듬고 나아갈 수 있는 그녀만의 때가 찾아온 것이리라.    산..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 | 다산초당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대개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쉬이 간과하고 있는 진실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말년에 적은 에세이 아홉 편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안에서 자연스레 삶을 대하는 자세와 그 태도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한다. 그의 배움과 깨우침이 곧 우리를 가르치고 일깨우게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은 곧 마음속에 가려진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인간으로 인하여 가장 어두웠던 시기에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그의 따뜻한 시선과 그 빛나는 통찰력에 감탄해 마지않으며.   우리는 밝은 대낮에 별을 보지 못하듯, 삶의 신성한 가치가 살아 있을 때는 그것을 망각하고, 삶이 평온할 때는 삶의 가치에 크게 관심..
고양이가 말했다 나처럼 살아보라고 | 림헹쉬 | 포레스트북스 불안과 고독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폭신한 위로의 말들   뒹굴고 싶을 때는 한껏 늘어져 있다가도 모험이 필요할 때는 스스럼없이 제 방식대로의 행동에 나선다. 더욱이 가끔은 놓아주는 것도 좋으리라는 지혜도 겸비하고 있다. 이것이 고양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이런 고양이의 모습에 공감하며 위로받게 된다. 조금 더 나다운 삶을 살아가자고 다짐하게도 된다.    난 정말 대단해. I AM MAGNIFICENT.      고양이가 말했다 나처럼 살아보라고 - 림헹쉬 지음, 요조 (Yozoh) 옮김/포레스트북스
예술 도둑 | 마이클 핀클 | 생각의 힘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스테판 브라이트비저에게 어머니 집 다락은 제 자신만을 위한 보물 상자였다. 더욱이 그 공간에는 사랑하는 여인 앤 캐서린도 함께였으니,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황홀한 나날이었으리라. 그야말로 그 시절의 그는 확실히 “젊고, 승리감에 차 있었다.”(p.288) 다만 그가 하나둘 채워 놓은 보물 상자 속 보물들은 결코 그의 소유가 될 수 없었음을 그 자신만이 모르고 있었을 뿐.  이 예술 도둑의 뒤를 밟는 일은 한 인간의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과 그로 인한 파국의 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기도 했다.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마음껏 즐기고 싶”(p.35)다던 그의 바람은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 그가 도둑질을 하는 순간 자신을 비롯한 주변의 모..
사소한 것들이 신경 쓰입니다 | 마스다 미리 | 소미미디어 일상이 조금 사랑스러워지는 마스다 미리 에세이 & 만화집   따지고 보면 그다지 필요 없는 ‘확인’ 임에도 구태여 두 눈으로 보아야만 직성이 풀리곤 하는 때가 더러 있다. 어째서 인지를 생각해 보자면 역시나 별 게 없다. 그저 단순한 호기심 내지 오지랖과 같은 아주 사소한 이유만이 있을 뿐. 저자 마스다 미리는 “세상에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 '확인'도 있죠. 저는 그 별로 필요 없는 확인을 하느라 꽤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p.3)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인생에서 별로 필요 없는 확인이 꼭 불필요한 것만은 아님을, 외려 일상 속 활력이 되기도 함을 역설한다. 그 사소한 확인의 행위는 어쩌면 자기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표현인 셈이기도 한 연유다. 그 안에..
삶을 견디는 기쁨 | 헤르만 헤세 | 문예춘추사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의 깊은 사색 안에서 삶을 견디는 기쁨을 마주한다. 짐작건대 그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무엇 하나 허투루 생각지 않고 자신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것을 유심히 살피며 그 안에 깃든 기쁨과 궁극적 행복을 응시하는 존재였으리라. 그런 까닭에 그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때때로 견디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삶에 대한 놀라운 열정과 따스한 온기, 그리고 눈부신 햇살이 그 짧은 순간에 얼마나 많이 표현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날에 주어지는 선물을 가능한 한 순수하게 받아들이려고 할 것이”(p.101)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므로 마주한 시련을 외면하지 말고 꿋꿋하게 견뎌 나갈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격려한다. 무엇보다 일상 속 사소한 기쁨을..
각별한 마음 | 장자크 상페 | 열린책들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먼저 ‘각별한 마음’이라는 제목에 이끌렸다는 것부터 밝혀야겠다. 그런 까닭에 장자크 상페의 그림과 이야기들 안에서 자연스레 그가 그리고자 했던 마음을 헤아리는 일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 가운데 내 시선 안으로 단박에 들어온 그림이 하나 있다. 벽에는 크고 작은 작품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고 천장 역시 화려한 천장화로 가득한 유럽의 여느 미술관의 모습이다. 그 안에는 작품들을 감상하려는 관람객들로 몹시 북적이고, 작품 아래 한 켠의 의자에 앉아 그런 관람객들을 살피며 제 할 일을 하는 여인이 있다. 그리고 그녀 앞에 한 남자가 서있다. “당신을 보러 왔어요, 로즈마리.”(p.21)마치 같은 장소지만 그들만의 다른 시간이 흐르기라도 하는듯한 아름다운 순간이지 않은가. 새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