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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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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 장영희 쓰고 김점선 그림 | 샘터사 봄에 떠난 장영희와 김점선이 하늘나라에서 보내는 희망과 위로의 러브레터 『다시, 봄』은 1월에서 12월까지 각기 계절에 어울리는 영미시들을 소개하고, 그 뒤에선 장영희 교수의 해설을 덧붙인다. 더욱이 김점선 화가의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그림까지 더해져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실 『다시, 봄』 은 작년 봄 출간 당시 서점에서 발견하고는 구입할까, 잠시 망설였던 책이다. 그러고는 잊고 지내다가, 최근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을 읽으면서 영미시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자연스레 이 책이 떠올랐던 것. 아직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탓에 해설이 곁들여진 시를 읽으며 조금이나마 친숙해질 수 있으면 좋겠단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더불어 관심이 가는 영미 시인이 생긴다면 그의 또 다른 시를 찾아 읽어볼 수 있는 계..
スウィート・ヒアアフター(스위트 히어애프터) | 吉本ばなな | 幻冬舍文庫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그녀가 바라본 무지갯빛 풍경은? 『スウィート・ヒアアフター , 스위트 히어애프터』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 사요코의 이야기다. 그녀 역시 사고 탓에 온전한 상태는 아니지만 조금씩 바깥의 상처가 아물어 가듯, 마음 깊숙이 스며든 연인의 죽음에 대한 슬픔 또한 살아내야만 하는 일상 안에서 받아들이고 서서히 떨쳐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는 방식이 아닌 요시모토 바나나 특유의 조근조근 차분하게 그리고 담담하면서도 때론 말랑한 문체로 적어내고 있어, 평온한 감각으로 읽을 수 있었고 그래서 오히려 마음에 와닿았다. 犬が死んだとき、あんなに悲しんではいけなかったんだ、そうしたら悲しい色がここの空に気持ちに流れてきてしまう。実感としてそう思えた。楽しかったね、時間を共..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세 번째 | 송정림 | 나무생각 온정 가득한 사람들이 그려낸 감동 에세이 일상 속에서 사소한 일로 화내고 짜증내고 불평하는 일이 심심찮게 있다. 나중에 보면 그리 발끈할 일도 아니었는데 그땐 왜 그랬을까, 싶어 이내 후회를 하는 경우 역시 적잖다. 그러면서도 어느새 또 다른 일로 열을 내고… 그런 악순환의 반복인 것이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너그럽게 바라보면 좋았을 것을, 왜 이런 실수를 반복하는 것인지. 결국 마음먹기에 따른 일일 것이다. 스스로가 의식하고 노력해야 할 일! 어느덧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를 세 번째까지 읽어보게 됐다. 이미 네 번째까지도 출간된 시점인데, 시간을 두고 한 편씩 읽어가며 미운 마음을 다스려 보려고 한다. 더욱이 우리 주변에 따뜻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감사하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으려 한다. 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 민음사 프랑수아즈 사강이 그려 낸 사랑, 그 난해하고 모호한 감정 오랜 연인 사이인 폴과 로제 사이에 젊은 청년 시몽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룬 소설이다. 사실 삼각관계라는 설정이 자칫 진부하고 통속적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그러함을 감안하더라도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는 읽어볼 만한 하다. 각기 인물들의 모습을 날카롭게 포착함으로써 그들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는 까닭이다. 가령 이런 것이다. 로제는 연인인 폴을 속이고 다른 여자와 릴에서 주말을 보내고 돌아온다. 그러나 폴이 친구 부부네 집에서 브리지 게임 따위를 하며 주말을 보냈을 거라는 자신의 예상과 달리, 시몽과 브람스 연주회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당신 그 풋..
읽는 인간 | 오에 겐자부로 | 위즈덤하우스 우리는 왜 읽어야 하는가? 거장의 인생을 만들어낸 치열한 책 읽기의 기록! 『읽는 인간』은 "정녕 제 인생은 책으로 인해 향방이 정해졌음을, 인생의 끝자락에서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p.18)라고 고백하는 일본 문학계의 거장, 오에 겐자부로가 그간의 읽어온 책들과 그 방식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견뎌내고 이뤄온 삶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밝히고 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그의 고백이 어떤 의미였는지, 비로소 알 것 같다.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아홉 살 나이였던 그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책을 처음 읽게 됐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그 책에서 발견한 "그래 좋다, 나는 지옥으로 가겠다."라는 구절을 평생의 마음가짐으로 삼겠다고 다짐했었다고 전한다. 정녕 그 나이 때에 가능한 결심일 수 있을까,..
스무 살 | 김연수 | 문학동네 "여기, 내 이십대의 전부가 담겨 있다" 여느 단편 소설집이 그러하듯, 각기 독립된 짧은 글들로 구성됐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을 통해 풀어나가는 이야기 또한 사뭇 다르다. 그러나 '스무 살'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볼 때,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글들이 한데 엮인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 시기를 지나왔는지, 지날 예정인지 혹은 그 한가운데 서 있는지와는 무관하게 어느 누가 읽더라도 위화감 없이 읽을 수 있는 한 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불어 '스무 살'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공통된 정서랄까, 그 여운 탓에 각기 자신들만의 스무 살을 통과하고 있는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을 엿보는 일이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한편으로는 여기에 나의 스무 살도 보태고 싶어..
人生はニャンとかなる!(인생은 어떻게든 된다!) | 水野敬也 | 文響社 내일의 행복을 부르는 68가지 방법 원제 人生はニャンとかなる!는 '인생은 어떻게든 된다!'로 번역된다. 여기서 가타카나로 적은 ニャン(냔)은 고양이 울음소리를 뜻하는데, '어떻게'를 의미하는 何(난)과 비슷한 발음으로 대신 쓰였다. もし道に迷ったら、 一番いいのは猫についていくことだ。 猫は道に迷わない。 チャールズ·モンロー·シュルツ 만약 길을 잃었다면, 가장 좋은 것은 고양이를 따라가는 것이다. 고양이는 길을 잃지 않는다. '내일의 행복을 부르는 68가지 방법'이라고 쓰여 있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귀여운 고양이 사진과 함께 행복한 삶을 위한 글귀, 이와 관련한 유명 인사들의 일화들을 담고 있다. 사실 우리가 68가지 방법 모르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잊고 지내는 일이 부지기수기에 일상에서 이런 책..
환상의 빛 | 미야모토 테루 | 바다출판사 돌아오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대답만 해주세요. 왜 당신은 아무 말도 없이 제 곁을 떠나갔는지를…… 마음에 꼭 드는 한 편이었던 『환상의 빛』. 아내가 죽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중편으로, 스토리 자체는 굉장히 간결하다. 그러나 그 뒤에 남는 여운은 실체 없는 무언가에 단단히 홀리기라도 한 것 같은 강렬함이 있다. 어째서 일까. 어느 날 홀연히 자살한 남편. 아내는 칠 년이 지난 오늘까지, 자신의 마음속에서 살아 걸어가고 있는 남편의 뒷모습을 좇으며 곁을 떠난 이유를 묻고 또 묻는다. 그러나 남편에게선 어떠한 대답도 들을 수 없다. 그저 긴 터널과도 같은 어둠의 시간만이 지속될 뿐이다. 하지만 멀리서 조금씩 새어 나오는 빛은 점점… 커져, 어느새 자신의 발밑까지도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그 터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