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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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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 클레어 키건 | 다산책방 수월한 침묵과 자멸적 용기의 갈림길 그 앞에 움츠러든 한 소시민을 둘러싼 세계 상당히 부당해 보이는 어떤 상황을 목도했을 때, 대개 사람들은 불편한 마음을 뒤로하고 눈감는다. 자기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이 아닌 이상, 어느 모로 보나 그 편이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므로. 그럼에도 때때로 우리는 마주하곤 한다. 침묵하지 않고 용기 내어 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나는 그들 몇몇이 존재하기에 이 세계가 조금이나마 나은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 등장하는 빌 펄롱은 그 몇몇 사람 중의 하나였다. 물론 처음부터 용기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그에게는 아내 아일린과 그 사이에서 낳은 다섯 명의 딸을 부양해야 할 책임이 있었기에 주저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맡겨진 소녀 | 클레어 키건 | 다산책방 애정 없는 가족으로부터 먼 친척 부부에게 떠맡겨진 소녀가 인생 처음으로 마주하는 짧고 찬란한 여름 부모 사랑을 모르고 자란 소녀가 — 아이가 없는 — 먼 친척 집에서 머물며 마주한 세계는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아주머니의 손은 엄마 손 같은데 거기엔 또 다른 것, 내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 것도 있”(p.24, 25)었고, 아저씨가 손을 잡았을 때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p.69, 70)면서도 “내가 발을 맞춰 걸을 수 있도록 보폭을 줄”(p.70)이고 있는 것을 알아챈다. 그렇게 소녀는 맡겨진 집에서 낯선 감정을 느끼며 “이런 기분을 또 언제 느꼈었는지 기억하려 애쓰지만 그랬던 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