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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9

장미의 이름 | 움베르토 에코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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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20세기 최대의 지적 추리 소설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을 배경으로 1327년 11월의 어느 일주일 간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다. 첫날의 아델모를 시작으로 밤 사이 죽임 당한 채 시체로 발견되는 수도사들이 늘어갈수록 의문은 커져만 가는데, 영국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박식한 수도사 윌리엄과 그의 필사 서기 겸 시자로 시봉된 이탈리아 멜크 수도원의 젋은 베네딕트회 수련사 아드소가 이야기의 중심에서 미궁에 빠진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한다. 그 안에서 7일이라는 시간의 순서에 따라 전개되는 치밀한 구조가 단연 인상적인데, 사건의 주동자는 물론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이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대결이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더욱이 각 인물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생생한 묘사는 이야기의 시작에 앞서 살펴본 수도원 내부의 지도를 시종 머릿속에서 펼치게 함으로써 한층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몰입하게 하는데, 이를테면 장대한 위용과 자태를 뽐내는 동시에 사건 발생과 숨겨진 비밀 서책의 행방을 좇는 핵심 장소로 지목되는 본관 장서관이 그렇다. 나아가 ‘신이 죄로 가득 찬 세계를 파괴하고, 신심이 깊은 자들을 구원하며, 새로운 하늘과 땅이 열리는 우주적, 역사적 비전을 서술’(p.881)한 「요한의 묵시록」의 예언과 맞닿은 흐름 안에서 중세 교회를 둘러싼 시대적 상황과 논쟁의 양상을 엿보는 한편 하나의 단서를 빌미삼아 추적해 가며 촘촘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어 가는 추리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책 말미에 불바다가 된 수도원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았다. 몹시 거세고 휘황찬란하게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지난날의 견고하고 드높았던 수도원은 처참히 가라앉고 말았다. 윌리엄 수도사는 “기독교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장서관이었다. 아 그런데 이게 무엇이냐. 가짜 그리스도 올 날이 임박했다. 이제는 학문이 가짜 그리스도를 저지할 수 없게 되었으니……. 오늘 우리는 가짜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았다.”(p.864)고 한탄하며 아드소에게 당부한다. “선지자를 두렵게 여겨라. 그리고 진리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여라. (…) 진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좇아야 할 궁극적인 진리가 아니겠느냐.?“ (p.864, 865) 라고. 그것이 그 날, 장서관에서 그들이 마주한 가짜 그리스도의 실체에서 기인한 깨달음일 것이다. 나아가 사흘 밤낮을 불로써 몰아내고 마침내 폐허로써 심판해 비로소 새 세상을 맞이하고자 하는 요한의 묵시록과도 자연히 연결지어 진다.

 

 

 


stat rosa pristina nomine, nomina nuda tenemus
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 p.879

 

 

 

 

 

장미의 이름 (리커버 특별판, 양장) - 10점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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