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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9

한때 소중했던 것들 | 이기주 |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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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지금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지난날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것들이다

 

 

 

산문집 제목인 ‘한때 소중했던 것들’을 조그마니 따라 읽자니 그 뒤로 말줄임표가 길게, 아주 길게 늘어서고 만다. 그 점점이 늘어선… 뒤에 숨은 것은 필시 한때 소중했던 것들에 대한 아련함과 진한 아쉬움이 한데 뒤섞여 뭉글해진 감정에서 기인할 것이다. 그런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아예 깨끗이 사라지지 않는 한 말줄임표는 오늘도, 내일도 어쩌면 영원히 이어지지 않을까.

 

이기주 작가의 『한때 소중했던 것들』에 담긴 글들은 그 말줄임표 뒤에서 한창 서성이고 있는 감정의 날 것, 혹은 그 한참 뒤에 남은 어떤 잔여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랄 수 있겠다. 대개는 지난날의 기쁨과 행복, 안도의 대상들이 이제와 도리어 슬픔과 좌절, 상실이 되어 비수로 꽂히고 마는 경우다. 그 비정함을 삶이 가지는 속성으로 좋이 받아들이기에는 인간이란 존재는 너무도 여리고 섬세해서 아프다. 더욱이 그런 아픔을 쉬이 털어내지 못하고 가슴 한 켠에 끌어안은 채 살아가는 존재라서 한층 안타깝기도 하다. 이것이 비단 저자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역시 여태껏의 삶 속에서 그런 경험을 차곡히 쌓아 왔으므로 한결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것이리라.

 

설사 소중했던 것을 영영 잃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로 인한 슬픔은 결국 행복의 시간과 비례하는 것일 테다. 그러므로 이제 다만 중요한 것은 곁에 있는 지금 이 시간들에 충실하자는 것뿐.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일은 한때 내게 속해 있던 것이 아득한 곳으로 떨어져나가는 일과 같다. 마음의 일부가 찢어지는데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누군가 내게 이별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호칭이 소멸되는 일인 것 같아요” 하고 답하겠다. 서로의 입술에서 서로의 이름이 지워지는 순간, 우린 누군가와 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덧없이, 속절없이, 어찌할 수 없이.    - p.196, 197

 

 

 

 

 

한때 소중했던 것들 (한정판 워머 warmer 에디션) - 6점
이기주 지음/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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