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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2

빈센트 반 고흐 | 인고 발터 |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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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삶과 작품

 

 

 

뜨거운 태양 아래 온갖 것들로 이글대던 여름의 한가운데,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에 내가 있다. 꿈결처럼 다가오는 작품을 바라보며 느꼈던 벅찬 감동이 십수 년의 시간을 거슬러 단박에 되살아난 것이다. 보색 대비되는 강렬한 색채와 소용돌이치듯 꿈틀대는 붓놀림이 이룩한 경이의 세계 앞에서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다. 실로 더할 나위 없이 황홀한 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오던 것 역시 기억난다. 현실과 꿈 사이에서 지독한 혼란을 마주해야 했던 그의 비극적 삶을 짐작하고 있는 연유였다.

 

 

Wheatfield with Crows
Vincent van Gogh (1853 - 1890), Auvers-sur-Oise, July 1890
oil on canvas, 50.5 cm x 103 cm
Van Gogh Museum, Amsterdam (Vincent van Gogh Foundation)

[이미지 출처 - https://www.vangoghmuseum.nl/en/collection/s0149V1962]

 

 

창의적인 사람은 혼란과 손잡지만, 손잡는 것이 굴복과 같지는 않다. 끊임없이 혼란은 완벽한 질서만큼이나 창의성에 무익하다. 하지만 벨기에의 화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 일리야 프리고진은 이렇게 말했다. “둘 사이의 어딘가에서 전체상과 놀람의 황홀한 만남이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창의성이 생겨난다. 그 안에 모든 가능성이 존재한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영원히 이 공간에서, 혼란의 가장자리에서 춤춘다.    - p.307, 『천재의 지도』, 에릭 와이너

 

 


마침 에릭 와이너의 『천재의 지도』를 읽던 중, 천재들의 창조성과 관련하여 ‘혼란’에 대해 말하고 있는 부분과 마주했다. 몇몇 실험을 통해 결론지어진 바 ‘혼란이 창의성의 방해물이기는커녕 필수 요소라’(p.306)는 것이었다. 애석하게도 반 고흐가 마주했을 경제적 궁핍과 병세로 인한 현실적 어려움, 예술에 대한 갈망과 몰두를 포함한 삶 속 고뇌는 그를 영혼에의 파멸로 이끌었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서사를 담은 독창성을 만개하게 하였으니, 그야말로 ‘혼란의 가장자리에서 춤춘’ 이가 바로 그를 두고 하는 이야기임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보다 더 잔혹하고도 눈부신 춤이 또 어딨을까.

 

The Starry Night
  Vincent van Gogh (1853 - 1890), Saint Rémy, June 1889
oil on canvas, 73.7 x 92.1 cm
The Museum of Modern Art (MoMA)

 

[이미지 출처 - https://www.moma.org/collection/works/79802?artist_id=2206&page=1&sov_referrer=artist]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바치면서 까지 삶과 예술을 통합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았던 빈센트 반 고흐. 기어이 ‘삶 자체를 그린다는 화가의 오래된 꿈을 실현시킨 셈이다.’(p.88) 그 지난한 여정의 말로가 꼭 그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1889)」를 떠올리게도 한다.

 

 

 

“신이 없었다면 나는 인생도 그림도 아주 잘 꾸려갔을 것이다. 그러나 나처럼 고통 받는 존재는, 나를 뛰어넘는 위대한 무엇이 없다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그것은 내게 인생 전체라고 할 수 있는, 창조적인 힘이다……. 영원의 흔적을 지닌 사람들을 그리고 싶다. 전에는 후광을 영원의 상징으로 그렸지만, 이제는 빛과 색채의 떨림으로 영원을 그려낸다……. 사랑하는 남녀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색을 대조하거나 섞고, 비슷한 색조들의 미묘한 차이를 이용한다. 정신적인 것은 이마 위에 밝은 빛으로 표현을 하고, 희망은 별로 그려 보인다. 인간의 정열은 환한 빛을 뿜으며 지는 해를 통해 표현한다.”    - p.60

 

 

 

 

 

빈센트 반 고흐 - 10점
인고 발터 지음, 유치정 옮김/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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