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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을 정중하게 그리는
마스다 미리의 세계와 만나기
“처음에 아픈 구두는 결국 자신의 발에는 안 맞는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p.148)고 담담하게 고백하는 마스다 미리. 입때껏 적지 않은 구두들과 씨름한 끝에 다다른 결론일 것이다. 맞지 않는 것에 억지로 끼워 맞춰 본들 내 것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그것은 비단 구두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에 담긴 그녀의 에세이 한 편 한 편은 말하자면 그런 그녀의 삶을 착실하게 대변해주고 있다. 거창하거나 특별한 무언가가 아닌, 혼자 혹은 누군가와 함께 어울리며 즐기는 시간 속에서도, 때로는 후회하고 괴로워하는 순간에도 그녀는 늘 자신만의 속도로 너무 안달복달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줄 아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곧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아끼며 살아온 시간 속에서 한층 빛나 보인다. 그 소박하지만 근사한 마스다 미리의 세계와 조우할 수 있어서 유쾌했다.
내 맘대로니까, 편안하다. 하지만 갑자기 밀려드는 미덥지 못한 감정. 나, 뭐하고 있는 거지? 인생은 항상 ‘나’보다 앞에 서서, 내 허리에 묶인 밧줄을 끌어당기는 것 같다. 나는 따라잡을 수가 없다. 어떤 일이든 내 인생에서 나는 늦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지……. 불안한 마음에 남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테이블에 푹 엎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아 그렇구나 하면서 허리를 쭉 폈다. 이럴 때는 역공이 최고다. - p.182, 183
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 -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이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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