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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4

제철 행복 | 김신지 |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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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24 절기의 보폭으로 천천히 걷는 삶의 기쁨에 대해

 

 

 

“제철 행복이란 결국 ‘이 맛에 살지’의 순간을 늘려가는 일”(p.85)이라고 적고 있는 저자의 문장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그 시기가 아니고서는 만끽할 수 없는 수많은 순간들을 너무도 쉬이 흘려보낸 입때껏의 자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리라. 당연히 그로 인한 기쁨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으니까. 그런 탓에 이토록 무감한 채 살아온 자신을 조금 자책도 했다. 그래도 곰곰이 떠올려 보니, 지지난달의 나는 하우현 성당 옆 흐드러지게 핀 겹벚나무 사이를 거닐며 한층 완연해진 봄을 피부로 실감한 일이 있었다! 지난달 초에는 부쩍 길어진 해를 의식하며 무더워질 올여름을 걱정하다가 집 앞 구름다리 옆에 무성하게 하얀 꽃을 피운 이팝나무를 바라보며 수년 째 헷갈리다가 드디어 조팝나무와 구별하게 된 자신을 뿌듯해하기도 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 안에서 아예 모든 계절을 등한시하며 살아온 건 아니었구나, 스스로를 위로하며 안도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지금보다 조금 더 의식하며 당장에 오늘 마주한 이 절기부터 온전히 감각하자고 마음먹어본다. 그 소소한 기쁨 역시 찾아 누리며 지내보자고 말이다. 우선 저자가 내 준 제철 숙제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이에 더해 절기상 하지에 들어선 요즘, 평소대로 라면 덥고 습한 나날에 지레 겁먹어 힘겨워할 테지만, 올여름은 이 계절과 마주할 수 있음이 얼마나 운 좋은 일인지를 잊지 않아 보려고 한다.

 

 

 

다시 돌아오는 계절이 있어 우리 삶을 새로고침 해준다는 건 얼마나 디행한 일인지. 봄이 오는 한 우리는 매번 기회를 얻는다. 동시에 이번 봄은 다음 봄이 아니기에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다. 한 번뿐인 계절을 귀하게 여기면서, 한 번뿐인 삶을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싶다. 겨울 숲의 저 나무들처럼, 신의 부재 속에서도 할 일을 찾았던 옛사람들처럼.    - p.334 「대한」 중에서

 

 

 

 

 

제철 행복 - 10점
김신지 지음/인플루엔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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