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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병률이 써내려간 사랑의 기록
“사랑은 몇 발자국 제힘으로 걸어서 저마다의 고독 속으로 미미하게 연결될 것이다”(「그런 것처럼」) 하는 구절을 여러 번 반복해 읽었다. 사랑은 그런 걸까 …… , 하다가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다가 과연 그러하다고 수긍하게 되는 순간까지. 그렇게 마음속에 조용히 스며들게 될 사랑의 기록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다가 기록이 되지 못한 채 남겨져 있던 내 마음속 사랑의 기억을 감각해 본다. 그것은 “오래 액자가 걸린 자리에 사각의 자국이 남겨져 있다”(「상실의 배」) 는 구절과 꼭 닮아 있었다.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시들어 죽어가는 식물 앞에서 주책맞게도 배고파한 적
기차역에서 울어본 적
이 감정은 병이어서 조롱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었던 적
매일매일 햇살이 짧고 당신이 부족했던 적
이렇게 어디까지 좋아도 될까 싶어 자격을 떠올렸던 적
한 사람을 모방하고 열렬히 동의했던 적
나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만들고
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조차 상실한 적
마침내 당신과 떠나간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을
영원을 붙잡았던 적
- p.35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 이병률 지음/문학과지성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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