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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6

남극 | 클레어 키건 |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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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어리석고 게으르고 
심지어 위험한 구시대를 향하여
더 이상 묵인하지 않겠다는 
서늘한 선언

 

 

 

전통적 가치관이 팽배한 세계에서 여성들은 대개 슬프고 불행하다. 곤경에 빠져 절망하기도 하고 처절하게 배신 당하기도 하며 노동력을 착취당한 채 공평하지 못하게 살아간다. 그리하여 심지어는 미치기도 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신을 향한 감시와 억압,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상황을 타개하고자 골몰하는 강인한 존재이기도 한 연유다. 그것이 『남극』에 엮인 열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클레어 키건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으리라. 

그런 까닭에 구시대의 모든 불합리한 것들과 작별하기를 원한다고, 그래야만 한다고 나는 이해했다. 그 다짐과 선언은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아빠랑 춤추고 싶어서요.”
“아빠”라는 말에 그녀의 표정이 바뀌고 아빠를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을 뺀다. 내가 넘겨받는다. 이제 무대 위의 남자가 트럼펫을 불고 있다. 아빠가 벌을 주듯 내 손을 꽉 잡는다. 벤치에 앉은 엄마가 손수건을 꺼내려고 가방에 손을 넣는 모습이 보인다. 엄마가 여자 화장실로 간다. 아빠 주변에 온통 증오와 비슷한 느낌이 감돈다. 아빠가 무력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 내 평생 처음으로 힘을 갖는다. 나는 끼어들어서 넘겨받을 수 있다. 구하고 구원받을 수 있다.    - p.214 「어디 한번 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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