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별책/2026

할매 | 황석영 | 창비

반응형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깊고 장엄한 세계
모든 사라지는 것들을 향한 위대한 이야기

 

 

 

육백년의 한반도 역사와 스쳐간 모든 생명들을 향한 대서사시다. 그 안에서 단연 팽나무 ’할매’는 이야기의 구심점이 되어 모든 순간들을 아우르고 있다. 제 몸에 아로새기며 켜켜이 쌓아온 시간들에 대하여 존재 그 자체로서 세상을 향해 묵묵히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 자리에서 끈질기게 견뎌 내고 있다고. 이는 탐욕과 집착에 눈먼 인간들을 향한 경고인 동시에 합심하여 지켜내야만 한다는 사실을 각성케 하기도 한다. “팽나무의 시간은 흐르는 게 아니라 쌓여가는 겹겹의 층이었다”(p.46, 47)는 문장의 적확성에 일찍이 수긍할 수밖에 없었던 연유이기도 하다. 그와 동시에 모든 생명체들의 생과 사, 그 유기적 관계 안에서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는 대자연의 신비를 마주하며, 새삼 그것이 이루고 있는 압도적 경이로움에 경탄하게도 된다.

 

 

 

개똥지빠귀의 분해된 몸이 녹아들어 기름진 땅속으로 뿌리가 굳건하게 자리를 잡아나갔고, 어린 팽나무 싹은 여름이 되자 묘목이 되어 몇 개의 가냘픈 가지와 잎사귀가 돋아나와 바람에 팔랑대고 있었다. 바람과 햇빛과 물안개와 가랑비와 폭풍까지 견디며 버티어낸 어린 팽나무는 다시 겨울이 오자 추위에 죽어버린 듯, 삭풍 속에 꽂혀 있는 메마른 작대기처럼 보였다. 그러므로 이 팽나무는 스스로 죽음 같은 겨울의 정지와 봄마다 찾아오는 새 생명의 활기를 깨닫게 되었다.    - p.31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