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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0

축복받은 집 | 줌파 라히리 |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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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줌파 라히리의 첫 소설집
퓰리처상, 펜/헤밍웨이상 수상작

 

 

 

인간 존재와 그 내면, 나아가 그들 사이의 관계성에 대한 깊은 통찰이 돋보인다. 이를테면 어떤 상황 하에 직면해 있는 등장인물들은 그들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는데,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그 안에서 누군가는 분노하고 실망하며 당혹스러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작은 보람과 기쁨, 안도감을 맛보기도 한다. 또한 타인의 새로운 시선을 통해 익숙했으나 낯설어진 세계에 맞닥뜨림으로써 자신은 물론 타인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하루를, 일 년을, …그렇게 삶을 살아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들의 이야기 끝에서 우리 각자의 이야기가 새로이 시작된다는 데에 있다. 말하자면 각기 사정과 처해 있는 상황이 다름에도, 우리는 결국 자신을 둘러싼 여건 안에서 적잖이 상심하고 좌절도 하는 등의 심적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한 어떤 식으로든 – 그것이 무기력하고 소극적이든 적극적으로 맞서든 간에 -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품음으로써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뻗어가는 데에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것을 줌파 라히리는 활자를 통해 세상에 내보이고 있는데, 읽는 독자들은 어느새 솜씨 좋은 감독의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은근하게 우리를 매혹시킨다. 그러니까 그녀가 머무른 시선 끝에서 쓰인 필치들이 그대로 살아나 우리 각자로 하여금 스스로는 물론 가족과 이웃, 그 밖의 주변 인물들을 생생하고도 면밀하게 보여줌으로써 가만히 응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섬세하고도 예리한 연출 안에서 ‘살아간다’는 말에 담긴 지리멸렬한 일상성의 민낯을 극명하게 마주하게도 한다.

표제작인 「축복받은 집」을 비롯해 「일시적인 문제」, 「피르자다 씨가 식사하러 왔을 때」, 「질병 통역사」, 「진짜 경비원」, 「섹시」, 「센 아주머니의 집」, 「비비 할다르의 치료」,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이 수록돼 있다.

 

 

 

나는 이 신세계에서 거의 삼십 년을 지내왔다. 내가 이룬 것이 무척이나 평범하다는 것을 안다. 성공과 출세를 위해 고향에서 멀리 떠난 사람이 나 혼자뿐인 것도 아니고 내가 최고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지나온 그 모든 행로와 내가 먹은 그 모든 음식과 내가 만난 그 모든 사람들과 내가 잠을 잔 그 모든 방들을 떠올리며 새삼 얼떨떨한 기분에 빠져들 때가 있다. 그 모든 게 평범해 보이긴 하지만, 나의 상상 이상의 것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    - p.309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

 

 

 

 

 

축복받은 집 - 10점
줌파 라히리 지음, 서창렬 옮김/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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