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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0

침대 밑 악어 | 마리아순 란다 | 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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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침대 밑에 악어가 있다!

 

 

 

#. 악어병
당신의 침대 밑에서 악어를 보셨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악어병에 걸려 있는 것입니다. 이 악어병은 현대인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아주 중요한 단서이자, 지금 몹시 외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는 병입니다.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사랑과 관심이라는 약의 처방을 방아야 합니다.

 

 


평범한 회사원 JJ는 구두 한 짝을 찾다가 우연히 자신의 침대 밑에서 악어를 발견한다. 더욱이 오직 자신의 눈에만 악어가 보인다는 사실에 더 큰 문제가 있었다. 결국 의사를 찾아간 JJ는 악어병 진단을 받고, '고독, 불안 및 우울증에 탁월한 효능이 있음'이라고 쓰인 알약을 처방받아 온다. 이후 회사 동료인 엘레나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차츰 병세는 사라진다.

침대 밑의 악어라니,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여기면서도 문득 내 방 침대 밑에도 내 눈에만 보이는 악어가 살고 있을 수 있겠다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 외롭고 고독하다는 감정을 단 한순간이라도 품지 않은 이가 있다면, 그는 정말로 이 세계에서 도무지 찾아보기 힘든 몇 안되는 행운아일 테니까. JJ는 처음 자신의 침대 밑에서 악어를 발견했을 때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놀라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을 털어놓을 상대가 자기 옆에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에 크게 상심했었다. 결국 우리가 일상에서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감정에 휩싸이는 순간이 바로 이 지점이지 않을는지. 불현듯 자기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잔혹한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늘 오롯이 존재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 그런 자유를 꿈꾸면서도 늘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며 바라 마지않는 이유리라. 다행히도 JJ는 자신의 병세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처방해 줄 유능한 의사를 만날 수 있었고, 서로의 침대 밑에 살고 있는 악어를 진심으로 염려해 주는 엘레나라는 소중한 인연 역시 만나게 되었다. 이제 침대 밑 악어는 사라질 수밖에.

 

 

 

엘레나는 반쯤 미소를 지은 채 JJ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JJ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늘상 이래요. 그러다가 또 언젠가 느닷없이 당신 침대 밑에 나타나겠죠. 아니, 그건 모르는 일이에요!” “그런가요? 당신은 특별한 사람 같아요!” 그의 새로운 친구인 그녀가 점점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을 느끼며 JJ는 미소를 지었다. “다음엔 제 악어를 만나러 가요, 꼭이요.” JJ는 가슴 깊은 곳에서 다시 살고 싶은 의욕이 솟구치는 걸 느꼈다. 이상한 가벼움, 웃고 싶은 달콤한 충동이었다. “지금은 안 차는 낡은 손목시계가 두어 개 있어요. 괜찮겠죠?” JJ가 말했다. “저는 낡은 구두가 산더미처럼 있어요. 걱정 마세요.” “이제 우린 걱정 없어요!”    - p.109

 

 

 

 

 

침대 밑 악어 - 6점
마리아순 란다 지음, 아르날 바예스테르 그림, 유혜경 옮김/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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