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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0

다정한 매일매일 | 백수린 |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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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빵과 책을 굽는 마음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에 엮인 짤막한 글들은 빵과 책이라는 언뜻 공통분모가 없어 보이는, 그러나 양 쪽 모두를 좋아해 마지않는 작가에 의해 유기적 관계성을 획득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를테면, 빵을 굽고 소설을 써 내려가는 마음에 깃든 온기에 대하여. 그 안에서는 어느 누구라도 허기진 몸과 마음을 넉넉히 달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작가의 소설 아닌 글들을 마주하면서 올해 초와 여름, 그녀의 두 권 책에서 만나온 소설 속 인물들을 떠올리는 일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평온했던 일상 속 심리적 균열을 일으키는 감정들에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응해 가던 사람들이었다. 그들 각자는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자신이 맞이할 내일을 묵묵히 맞이하는 편에 서 있었던 존재들이었다고 기억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다소 부침이 있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지켜내고 만회하려 애쓰던 이들의 태도가 활자 속 그들의 이야기가 맺어진 뒤에도 잘 살아가고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듬직한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런 인물들을 탄생케 한 작가가 이 세계에서 바라보고 기대하며 소망하는 편을 헤아리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산문집에 실린 글들 안에서 모든 것이 한층 명확해졌고 비로소 나는 안도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이 세계에서 살아갈수록 불가해한 것들이 차츰 늘어가고 있음에 무척 곤욕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하여 적잖이 낙담하고 절망도 했는데, 그 곤혹스러운 시간들을 버텨낼 수 있었던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신과 타인에게 다정할 수 있는 매일매일을 보내자는 격려를 상당 부분 활자 속 인물들과 부대끼면서 아주 조금씩 내 안에 받아들인 덕택이라고 믿고 있다. 산뜻한 마음으로 읽었지만, 마냥 가벼이 여겨지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으리라.

 

 

 

소설가로서 나는 언제나 서사의 매끄럽지 않은 부분, 커다란 구멍으로 남아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 마음을 주는 사람이다. 소설에서도, 그리고 인생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부분은 그런 지점들이 아닐까? 우리는 삶과 세계를 하나의 매끄럽고 완결된 서사로 재구성하려고 애써 노력하지만, 사실은 끝끝내 하나가 될 수 없는 단편적인 서사들을 성글게 엮으며 살아갈 뿐이니까. 그리고 바로 거기, 언어로 설명할 수 없고 때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도 없는, 서사와 서사 사이의 결락 지점. 그런 지점이야말로 문학적인 것의 자리일 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    - p.89

 

 

 

 

 

다정한 매일매일 - 10점
백수린 지음/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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