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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마타 신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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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늘 저편의 그늘 아래 이따금 한바탕 휩쓸고 간 뒤의 고요에 대하여 생각한다. 2011년 3월 11일 2시 46분, 그날의 대지진은 거대한 쓰나미를 몰고 왔고 원전 폭발이라는 잇단 참사까지 더해져 부지불식간에 발 딛고 있는 땅을 흉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들이 쉬이 입밖에 내지 않고 행동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경계, 그 극도의 절제 안에 있었다. 그것은 마치 그래야만 이 땅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기라도 하다는 듯 엄격함을 띤 모종의 합의처럼 보였는데, 기이하다 여겨질 정도의 것이기도 해서 십여 년이 훌쩍 지난 내 감각 속에서도 유독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후 나는 쾌청한 날 잔잔하게 일렁이는 윤슬을 바라보면서도 그 밑의 검은 소용돌이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라는 사람은 그 속엣것을 들여다보는 ..
영리 | 누마타 신스케 | 해냄 상실의 시대, 인간 앞에 펼쳐진 대재앙의 그늘 곤노는 동성 애인과 헤어지고 발령받아 온 이와테 현에서 직장 동료로 만난 히아사와 − 청주를 좋아하고 낚시를 즐긴다는 공통분모로 − 차츰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히아사가 아무런 말없이 이직한 사실에 서운함을 느끼던 중,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가 일어나고 그가 자취를 감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주변 사람들로부터 전해 들은 그의 행적은 지금껏 자신이 알아 온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에 마주한 진실 앞에서 곤노는 홀연히 오이데 강으로 향한다. 올해 들어 첫 낚시였고 첫 입질에서 낚은 물고기는 뜻밖에도 무지개송어. 그러고는 “한참 강가에 우뚝 서 있”(p.91)는다. 그때에 곤노는 저무는 해를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거대한 파도 앞에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