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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단상

진실은 늘 저편의 그늘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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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한바탕 휩쓸고 간 뒤의 고요에 대하여 생각한다. 

 

2011년 3월 11일 2시 46분, 그날의 대지진은 거대한 쓰나미를 몰고 왔고 원전 폭발이라는 잇단 참사까지 더해져 부지불식간에 발 딛고 있는 땅을 흉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들이 쉬이 입밖에 내지 않고 행동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경계, 그 극도의 절제 안에 있었다. 그것은 마치 그래야만 이 땅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기라도 하다는 듯 엄격함을 띤 모종의 합의처럼 보였는데, 기이하다 여겨질 정도의 것이기도 해서 십여 년이 훌쩍 지난 내 감각 속에서도 유독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후 나는 쾌청한 날 잔잔하게 일렁이는 윤슬을 바라보면서도 그 밑의 검은 소용돌이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라는 사람은 그 속엣것을 들여다보는 일에 익숙한 사람이 되었단 말이다. 그것은 늘 촉각을 곤두세우는 일이기도 해서 밤낮 쉽게 피로했고, 그게 일상이 되고 삶이 되었다. 

누마타 신스케(沼田眞佑)의 소설 『영리(影裏)』가 새삼 그것을 상기시키기에 끄적여 본다. 히아사는 거대한 파도에 자취를 감추었고 곤노는 마주한 추악한 진실 앞에서 하염없이 오이데 강을 바라보았다. 진실은 늘 저편 그늘 아래 있음에 대하여 고뇌하면서. 

 

그 마음을 알 것 같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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