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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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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산문 | 박준 | 달 박준 시인이 보내는 계절 인사 시인이 건네는 이야기 안에서 계절의 순간들과 마주한다. 그것은 곧 우리가 보내온 계절을 향한 안부이기도 했고, 지금의 이 계절을 잘 보내겠다는 다짐과 그에 대한 격려이기도 했으며, 어느새 성큼 다가올 새 계절에 대한 은근한 기대이기도 했다. 어쩐지 이 계절의 외로움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살아가면서 좋아지는 일들이 더 많았으면 합니다. 대단하게 좋은 일이든, 아니면 오늘 늘어놓은 것처럼 사소하게 좋은 일이든 말입니다. 이렇듯 좋은 것들과 함께라면 저는 은근슬쩍 스스로를 좋아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 p.95 「칠월 산문」 계절 산문 - 박준 지음/달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준 | 난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의 시인 박준, 그의 첫 산문집! 시인의 눈을 좋아한다. 사람과 사물, 이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깃든 순수함과 때때로의 통찰을 신뢰한다. 최근 박준 시인이 펴낸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와 함께하면서 그의 눈이 좇는 세상을 한껏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가난이 있고 외로움과 쓸쓸함이 있었고, 죽음이 자리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그해 어느 지난날의 기억이 존재했다. 그것은 쉽사리 잊을 수 없어서 곱씹을 수밖에 없는 기다림과 초조, 상처와 아픔, 기대와 바람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산문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가을에 만났던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가 그랬듯, 시인..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박준 | 문학과지성사 어떤 빚은 빛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계절의 흐름 안에서 묻는 안부가 사려 깊다. ‘한결같이 연하고 수수한 나무에게 삼월도 따듯한 기운을 전해주었으면 한다’(p.11) 말하는 소박한 바람과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p.49)다는 에두른 인사가 너른 마음 씀씀이를 가늠케 한다. ‘가을에는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날들이 있다고 믿는’(p.64) ‘나’는 섣달의 어느 날, ‘영아가 오면 뜨거운 밥을 새로 지어 먹일’(p.83) 생각에 며칠간 뜸했던 부엌으로 향하며 ‘너’를 생각하기도 한다. 그 조심스러운 한마디, 과장하지 않는 몸짓 하나하나는 사소한 듯 하나 더없이 살뜰하기만 하다. 그렇게 내 안에 스며든 마음, 조금 보태어 누군가에게 고스란히 전하고 싶어 지는 기분이 든다. 그 대상을 찾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