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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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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 | 누마타 신스케 | 해냄 상실의 시대, 인간 앞에 펼쳐진 대재앙의 그늘 곤노는 동성 애인과 헤어지고 발령받아 온 이와테 현에서 직장 동료로 만난 히아사와 − 청주를 좋아하고 낚시를 즐긴다는 공통분모로 − 차츰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히아사가 아무런 말없이 이직한 사실에 서운함을 느끼던 중,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가 일어나고 그가 자취를 감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주변 사람들로부터 전해 들은 그의 행적은 지금껏 자신이 알아 온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에 마주한 진실 앞에서 곤노는 홀연히 오이데 강으로 향한다. 올해 들어 첫 낚시였고 첫 입질에서 낚은 물고기는 뜻밖에도 무지개송어. 그러고는 “한참 강가에 우뚝 서 있”(p.91)는다. 그때에 곤노는 저무는 해를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거대한 파도 앞에 서 ..
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야카 | 살림 "세상의 이물질이던 나, 편의점은 나를 정상인처럼 보이게 해줬다." 후루쿠라 게이코(古倉恵子)는 대학 졸업 후 편의점에서 줄곧 알바만으로 생계를 이어온 서른여섯 살의 여성이다. 그녀는 '편의점'이라는 공간 안에서 '점원'다워진 모습으로 주어진 매뉴얼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스스로가 세계의 부품이 되었다고 안심한다. 그것만이 세상의 이물질이었던 자신이, 보통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듯이. 그렇게 세계의 톱니바퀴에 맞물려 가고자 안간힘을 쓰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어느 부분에선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고방식이나 그에 따른 행동에서 다소 극단적인 면모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마치 인간 형상의 사이보그를 마주하는 듯해 괴이한 인상이었달까. 그러나 한편..
봄의 정원 | 시바사키 도모카 | 은행나무 마음속에 저마다의 풍경을 끌어안은 채 우리는 지금 이 거리에 살고 있다. 철거를 앞둔 오래된 연립에 사는 다로는 우연히 같은 건물 2층에 사는 니시가 몸을 내밀어 어딘가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그런 니시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던 다로는 그녀의 시선이 근처 물빛 집에 있음을 알아채고는 남의 집을 염탐하는 듯한 그녀의 행동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후 니시에게서 그 까닭을 전해 듣고, 다로 역시 고교와 대학 시절 본 적이 있는 사진집 『봄의 정원』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물빛 집에 대한 니시의 관심은 서서히 다로에게까지 옮겨간다. "『봄의 정원』은 기억과 만남의 이야기입니다. 낯익은 듯한 풍경 속에서, 그리운 사람 혹은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을 생각하거나 먼 과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