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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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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이야기 | 줌파 라히리 | 마음산책 "몇 번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단테 알리기에리」의 ‘나’는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광장 위 맑은 하늘을 바라본다. 그때에 친구 중 하나가 로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참 엿 같은 도시야.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워.”(p.279)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로 쓴 두 번째 소설 『로마 이야기』를 관통하는 문장이자, 그녀의 진심이 물씬 담긴 표현이라 여기며 이 책을 덮었던 것부터 적어둬야겠다. 정말 아름답지만 그에 상응하는 증오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애증이야말로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맞닥뜨리는 솔직한 감정 중의 하나일 것이므로 한층 이 문장에 마음을 빼앗겼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줌파 라히리라는 작가를 떠올리면, 인도계 이민 2세대로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했고 이후 이탈리아 로마로 이..
내가 있는 곳 | 줌파 라히리 | 마음산책 대부분 외롭지만, 가끔은 온기를 느끼고 가끔은 온전히 나의 것으로 누릴 수 있는 순간의 기억들 어떤 장소에서 마주한 상황,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과 그것의 미묘한 변화가 짤막한 이야기 안에 응축돼 있다. 다소 쓸쓸해 보이지만 그 고독을 쉬이 포기할 수 없어 보이는 ‘그녀’가 이 이야기들의 주인공이다. 그녀의 발길이 닿는 곳을 따라 장소는 계속 바뀐다. 그리고 그 공간들은 그녀가 일상을 영위하는데 스치고 잠시 머무는, 때로는 한동안 머물기도 하는 평범하고도 친근한 장소들이다. 이를테면 그녀의 집과 집 근처 보도, 공원, 다리, 광장이 배경이 된다. 서점과 박물관, 수영장과 뷰티숍, 슈퍼마켓, 카페, 역 등도 등장한다. 그러나 그녀의 짤막한 이야기 속 배경은 흐려 보인다. 그저 그 장소에 놓인 그녀와 때때로..
장미의 이름 | 움베르토 에코 | 열린책들 20세기 최대의 지적 추리 소설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을 배경으로 1327년 11월의 어느 일주일 간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다. 첫날의 아델모를 시작으로 밤 사이 죽임 당한 채 시체로 발견되는 수도사들이 늘어갈수록 의문은 커져만 가는데, 영국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박식한 수도사 윌리엄과 그의 필사 서기 겸 시자로 시봉된 이탈리아 멜크 수도원의 젋은 베네딕트회 수련사 아드소가 이야기의 중심에서 미궁에 빠진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한다. 그 안에서 7일이라는 시간의 순서에 따라 전개되는 치밀한 구조가 단연 인상적인데, 사건의 주동자는 물론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이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대결이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더욱이 각 인물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생생한 묘사는 이야기의 시작에 앞서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