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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9

소피의 세계 | 요슈타인 가아더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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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철학자가 보내온 의문의 편지로 시작되는 환상적인 철학 탐험!

 

 

 

‘소설로 읽는 철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두툼한 책을 펼치면, 독일의 시인 요한 볼프강 괴테의 시가 등장한다. ‘지난 3,000년을/ 설명할 수 없는 이는/ 하루하루를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 살아가게 되리라.’ 막 떠나려는 기차에 간신히 몸을 싣기라도 한 듯한 안도감이 순간 온몸을 감싼다. 물론 이 한 권을 읽는 다고 해서 기나긴 세월을 쉬이 설명할 리 만무겠지만, 적어도 이해해 보고자 하는 시도라도 했던 존재로 남고 싶은 ― 얄팍한 지적 호기심 충족에 불과하나, 실로 포기하기 힘든 ― 속내가 보태어진 듯도 하다. 3,000여 년에 이르는 그 방대한 철학의 역사는 최초 인류가 출현한 에덴동산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된다. 즉,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으로 중세와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를 넘기며 비로소 근대 철학 세계를 완성한 데카르트로 연결된다. 그 뒤를 이어 계몽주의로 대표되는 스피노자, 로크 등이 등장하고 이어 18세기의 전문 철학자인 칸트 이후, 낭만주의자의 도래는 역사를 철학적 사유의 출발로 삼았던 헤겔을 거쳐 키르케르고와 다윈, 프로이트를 지나 20세기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사르트르에 이른다.


문득 일전에 감명 깊게 보았던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월터 교수는 마지막 강의를 마무리하며 ‘우리는 결국 멋지게 그러나 가슴 아프게 혼자입니다. 이런 공허감 속에서 철학은 최악의 경우 구시대의 관심사로 전락하죠.’ 라는 말로 입을 뗀 바 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지를 가슴에 품고 사는 존재이지 않았던가. 왜 살아야 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는지, 그 해답을 얻고자 분투하지 않았던가. 이것이 지금껏 해 왔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철학이 가지는 중대한 역할임을 상기시킨다. 말하자면, 철학은 우리로 하여금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인간 존재를 아우르는 질문들을 늘 상기하게 함으로써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우리 스스로가 비축할 수 있도록 해 왔던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삶의 공허 안에서도 철학에 가 닿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만 한다고, 특히나 고도화된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간이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시대에 가까워질수록
외려 가슴 깊이 담아 두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월터 교수는 현재의 당면한 수많은 우려 안에서도 ‘서로에게 타인이 되지 맙시다. 서로에게 배운 것들을 모른 척하지도 맙시다.’라는 말로 마지막 강의를 마친다. 결국 노교수의 당부는 존재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 있었다. 인간이 존재해야만 성립하는 철학 안에서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당부였으리라.


『소피의 세계』는 열 다섯 살 소녀 소피 아문센이 알베르토 크녹스 선생으로부터 받는 철학 강의 안에서 한결 흥미롭게 서양 철학에 다가갈 기회를 부여한다. 더불어 우리 삶에서 요구되는 철학적 사고와 행동 양식의 필요성을 다시금 인지하고 함양하도록 한다.

 

 

 

소피 자신은 그저 우연히 여기 존재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소피가 자기 역사의 뿌리를 알 때, 소피는 뭔가 덜 우연적인 사람이 될 것이다. 소피는 이 지구에서 잠시 살다 가는 인간일 뿐이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가 소피 자신의 역사이기도 하다면, 소피는 어떤 면에서는 수천 살을 먹은 셈이다.    - p.244

 

 

 

 

 

소피의 세계 (합본) - 10점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장영은 옮김/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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