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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2

믿음에 대하여 | 박상영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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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나와 함께해온 소중한 이들과의 시간이
단단하다고 믿고 싶은 마음,
그 희망을 쥐어보려는 청춘들의 사랑과 눈물

 

 

 

불확실한 세계에 우리 각자가 기댈 곳이라고는 서로를 향한 믿음뿐이지 않을까. 그러나 실상 그 믿음이란 것의 실체가 생각만큼 단단하지 못함을 모르지 않는다. 『믿음에 대하여』는 코로나 이후 삶을 지내며 한층 공고하게 다져진 한없이 연약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도무지 포기할 수 없는, 믿음이란 것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연작소설이었다. 

 



요즘 애들

사회 초년생의 고군분투는 눈물겹다. 수습 딱지 뗄 날을 고대하며 성실하게 할당된 업무를 수행하고자 함에도 사수의 기대치를 충족하기란 여간 쉽지 않은 것이다. 매거진 C에서 입사 동기로 만난 김남준과 황은채가 사수 배서정에게서 받은 부당한 대우는 그들이 요즘 애들이었기에 애석하지만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서로를 향한 이해의 간극은 특히나 직장 내 신입들에게는 확실히 가혹하게 다가올 터이니. 어쩌면 우리는 공평하게 한 시절의 요즘 애들이 되어 봄으로써 훗날 맞이하게 될 요즘 애들을 향한 몰이해의 비극을 아슬아슬하게나마 피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 

 

어떤 종류의 이해는 실패하고 나서야 비로소, 삶의 자세로 남기도 한다. 내게는 그 시절이 그랬다.    - p.62

 

 

 

보름 이후의 사랑

“귀찮고 짜증나고 절망적이기까지 한 일들도 많았지만 대체로 무난하고 무탈했다” 여기게 되는 “내 인생 가장 아름다운 시간”(p.112). 고찬호는 이렇게 김남준과 함께해온 나날을 기억하면서도 그와 함께 할 이후의 삶을 떠올리는 것에는 무기력한 모습이다. 같이 지내지만 함께 살지 않고, 연인이고 나아가 가족이길 바라지만 그저 남으로 남아야 하는 관계…… 사회적 시선에 따른 활동의 제약을 의식한 탓에 관계를 오픈하는 것에 주저하는 상대방을 바라보며 느끼는 씁쓸한 뒷맛…… 그저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기만 하면 되는 걸까. 

 

성격이 곧 운명이다.    - p.112

 

 

 

우리가 되는 순간

“인생, 어차피 각자도생인 거 알지?”(p.154) 유한영을 향한 진연희 부장의 충고를 곱씹어 본다. 절친이었던 과거 사이가 무색하게 지금은 자리를 두고 다퉈야 하는 경쟁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 상황이 불러오는 씁쓸함을 느끼며. 황은채와 가까워질수록 유한영이 느끼는 감정의 흔들림, 그 찝찝한 기분에 그녀는 과연 매몰되지 않을 수 있을는지.

 

은채와 한영은 우산 하나를 나란히 받쳐 쓴 채 나아갔다. 언덕 위에 어렴풋이 불빛이 보였다. 둘은 계속해서 그 빛을 향해 걸었다.    - p.174

 

 

 

믿음에 대하여

사랑이라 믿었던 Y에게 배신을 당한 임철우와 유한영은 공통의 고통을 공유하며 특별한 사이로 발전한다. 상실된 믿음을 되찾는 여정만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그러나 임철우와 김남준은 그 믿음을 저버렸다. 그렇다면 유한영과 고찬호는 이 관계에서 배신을 당한 피해자이기만 할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저 확실한 것은 믿음이란 것의 허약한 속성 밖에는.

 

눈은 손바닥에 닿자마자 녹아 없어졌다. 순간 나는 영원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또다시 믿음에 대해서 생각했다. 언제고 깨어지고 흩어져버릴 유릿조각 같은 믿음에 대해서.    - p.248

 

 

 

 

 

믿음에 대하여 - 8점
박상영 지음/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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