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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4

푸르른 틈새 | 권여선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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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1996년 출간된 작가의 등단작

 

 

 

미옥이 지나온 길을 따르며 그녀가 — 자신이 기억하고 감각하는 모든 것들 안에서 — 보았을 ‘푸르른 틈새’에 대해 떠올려 본다. 그것은 이 세계에서 온전한 자신으로 존재하길 소망하는 저마다의 마음 안에도 깃든 것이리라 생각하므로. 물론 그 과정 안에서 그녀가 마주했던 거듭된 실패와 좌절은 뼈아픈 것임에 분명했다. 그러나 도망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를 부단히 탐색하고 실험하며 부딪혔던 그녀의 선택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가 쌓아온 시간의 궤적은 무용한 것이 아니라 “비로소 의미의 날개를 달고”(p.309) 그녀 자신의 것이 되었음을 말이다.

 

 

 

설령 모든 것이 한층 더 나빠진다 하더라도 나는 말을 믿고, 기억을 믿고, 그 밖의 다른 것들을 믿을 것이다. 닫히지 않은 이야기, 닫히지 않은 믿음, 닫히지 않은 시간은 아름답다. 닫히지 않은 이야기, 닫히지 않은 믿음, 닫히지 않은 시간은 아름답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미완의 『아라비안나이트』처럼, 북극을 넘어 경계를 넘어 스스로 공간을 열며 뛰어가는 냄비처럼, 상처로 열린 우리의 몸처럼, 기억의 빛살이 그 틈새, 그 푸르른 틈새를 비출 때 비로소 의미의 날개를 달고 찬란히 비상하는 우리의 현재처럼……    - p.309

 

 

 

 

 

푸르른 틈새 - 8점
권여선 지음/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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