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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한 나무가 집어삼킨 듯한
만하임 저택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벌가의 충격적인 미스터리
사건은 만하임 그룹을 이끌고 있는 페르 귄터 모트가 자신의 휴대폰 속에서 의문의 시체 사진을 발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건 의뢰를 받은 스타르크 탐정 사무소의 율리아는 전남편이자 현직 경찰인 시드니와 함께 페르 귄터의 저택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만하임 가의 사람들을 하나 둘 마주하면서 오랜 시간 감춰져 온 재벌가의 비밀과 그에 얽힌 진실을 파헤쳐 나간다.
그 가운데 단연 최고의 장면은 사건의 전모를 알아낸 탐정 율리아가 만하임 가의 사람들을 붉은 방으로 한데 모이게 하는 순간이리라. 이는 — 적어도 겉으로는 — 모두가 바랐던 진실의 순간에 다다랐음을 의미하기에 말이다. 그러나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서 페르 귄터는 외려 “진실을 찾아달라고 내가 부탁하기는 했지만, 그럴 가치가 있었는지 진심으로 모르겠”(p.296)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씁쓸한 진실의 대가일 것이다.
불현듯 자신도 모르는 일에 연루되었다는 공포에서 시작되는 미스터리 추리가 흥미롭게 다가오는 『아이가 없는 집』이었다.
운명 그 자체가 붉은 방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각자의 인생이 복잡하게 뒤얽힌 이 가족을 한 명씩 쳐다보는 것만 같았다. 시리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모니카는 불안한 표정이었다. 안드레는 시뻘게진 얼굴로 땀을 뻘뻘 흘렸다. 비에른은 혼자 미소를 지었고, PG는 급격히 노화를 맞은 사람처럼 보였다. - p.288
아이가 없는 집 - 알렉스 안도릴 지음, 유혜인 옮김/필름(Fee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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