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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의 기원이 된 두 여행의 기록
19세기 어느 여름날의 알프스, 그 장엄한 경관 앞에서 마주했을 경이로움이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으리라. 그럼에도 메리 셸리와 퍼시 비시 셸리는 기꺼이 펜을 들어 그때의 감상을 적었고, 친애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보고 느낀 소감을 담은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덕분에 그로부터 20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들이 감동하고 감탄했던 그 순간들을 생생하게 마주한다. 물론 낯선 여행지에서 예상치 못하게 맞닥뜨린 크고 작은 문제들은 그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지만, 아름다운 풍광은 그 모든 어려움과 수고를 상쇄시켰다. 퍼시 비시 셸리가 쓴 시 「몽블랑」이 그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자연과 우주 그 안에 생명력을 지닌 모든 것들에 경외심을 들게 하는 가운데 “여전히 높이 빛”(p.135)나는 몽블랑의 위용은 저마다 품고 있는 마음속 “은밀한 힘”(p,136)을 일깨우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삶을 향한 무한한 힘을 얻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낮의 더위 속에서는 라틴어와 이탈리아어로 쓰인 책을 읽었고, 해가 지면 호텔 정원에서 산책을 하며 토끼를 찾고 바닥에 떨어진 풍뎅이를 날려 보내 줬지. 정원의 남쪽 벽에 잔뜩 붙어서 사는 도마뱀들의 행동도 관찰하고 말이야. 우리가 우울한 겨울과 런던에서 이제 막 탈출한 건 너도 알지? 신성한 계절에 이렇게 좋은 곳에 오게 돼서 나는 새로 태어난 새처럼 행복한 기분이야. 새로 단 날개로 비행 연습을 할 수 있다면 어느 나뭇가지로 향하든 상관없어. 경험 많은 새라면 어디서 휴식을 취할지 더 까다롭게 고르겠지. 하지만 피어나는 꽃과 봄의 신선한 잔디와 더불어 이런 즐거움을 만끽하는 내 주위의 행복한 생명들은, 내게 더없는 즐거움을 주고 있어. 비록 구름에 가려 몽블랑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 p.78, 79 「첫 번째 편지(파리-트루아-디종-돌-폴리니-레루스-니옹-제네바), 1816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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