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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9

따뜻함을 드세요 | 오가와 이토 | 북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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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기분 나쁜 일도 괴로운 일도 그때만큼은 전부 잊을 수 있으니까

 

 

 

소중한 사람과 한 식탁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시간이 또 어딨을까. 여기 엮인 일곱 편의 이야기는 너무도 당연해서 쉬이 잊고 마는 일상 속 행복의 진리를 마주하게 한다. 나아가 마음 한 켠을 따뜻하게도 든든하게도 만드는데, ‘그녀의 소설은 다 읽고 난 뒤에 “잘 읽었습니다” 대신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해야 할 것만 같다.’고 말한 옮긴이의 말에 십분 공감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에서다.

 

치매로 요양원에 모신 할머니가 식음을 전폐하자 한달음에 후지산을 닮은 빙수를 구해온 손녀와 요코하마 주카가이의 낡았지만 생전 아버지가 칭찬해 마지않던 음식점에서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프러포즈하는 남자, 노도의 송이버섯 철에 다시 여행을 오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별 여행을 떠난 남녀와 병으로 엄마를 잃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다가 결혼 전날 아버지를 위해 생전 엄마가 알려준 대로 된장국을 준비하는 딸, 젊은 시절 남편과 자주 드나들던 레스토랑에서 추억의 음식인 크로켓을 주문하는 할머니와 돼지 폴크와 동반 자살을 위해 파리에 가 죽기 전 인생 최후의 만찬을 즐기는 남자,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 49제에 생전 솔 푸드(soul food)였던 기리탄포를 함께 만드는 모녀의 이야기가 그렇다. 등장인물들이 각기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음식을 매개로 거기 담긴 온기를 소중한 사람과 나눈다는 데에, 혹은 그랬던 지난날을 추억한다는 데에 마음이 한결 따뜻해지는 것이다. 그 안에서 자연스레 다짐도 하게 된다. 그런 시간들이 결코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그 순간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 누리자고.

 

문득 오가와 이토의 일곱 편 뒤에 내가 적은 ―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 어느 날의 소담한 음식 이야기 ― 한 편을 슬그머니 끼워 넣고 싶다고, 아주 잠깐 생각도 해 보았다.

 

 

 

나는 할머니 코끝에 손바닥을 갖다 대 보았다. 다행이다. 할머니는 살아있다. 반짝거리는 입술 끝을 내 오른손 검지로 닦아서 혀에 대보니 달콤한 맛이 났다. 빙수 시럽의 달콤함이 아니었다. 뭐랄까, 더 복잡한 맛이었다. 역시 할머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달콤하게 발효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 p.24, 25 「할머니의 빙수」

 

 

 

 

 

따뜻함을 드세요 - 6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북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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