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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9

밀라노, 안개의 풍경 | 스가 아쓰코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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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베네치아의 종소리 | 스가 아쓰코

환상의 시간은 언젠가 어쩔 수 없이 현실로 회귀한다 끝없는 사유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춘의 초상 『밀라노, 안개의 풍경』,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에 이어 집어 든 『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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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 스가 아쓰코

밀라노, 안개의 풍경 | 스가 아쓰코 기억 속 밀라노에는 지금도 안개가 고요히 흐르고 있다 안개 자욱한 밀라노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자니, 자연스레 한 여인이 배경 안으로 들어온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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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밀라노에는 지금도 안개가 고요히 흐르고 있다

 

 

안개 자욱한 밀라노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자니, 자연스레 한 여인이 배경 안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말간 눈동자를 반짝이며 조근한 목소리로 자신이 이탈리아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에 대하여 입을 뗀다. 나는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그녀의 말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고요한 가운데 그녀가 풀어놓는 이야기가 하도 맑고 투명해서 감탄하기를 거듭 반복하면서. 그렇게 한 편의 이야기가 맺어지면, 아름답고 근사한 그림 한 장으로 압축돼 내 마음 한 켠에 놓인다.

 

『밀라노, 안개의 풍경』은 저자 스가 아쓰코가 1960년대 프랑스 파리의 유학 생활을 시작으로 십삼 년에 걸쳐 이탈리아에서 생활하며 경험한 것들을 훗날 소회하며 적은 에세이다. 낯선 이국 땅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결혼해 가정을 꾸리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성심으로 해 나가던 나날의 이야기다. 여러모로 좋은 영감을 주고받았던 남편과 이런저런 일들로 가까워져 친교 한 지인과의 일화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움베르토 시바, 조반니 파스콜리, 알레산드로 만초니 등과 같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에서 비롯한 그녀의 사유는 단연 인상적이다. 한편 이탈리아에서 그녀가 발 딛었던 곳들, 이를테면 밀라노와 나폴리, 트리에스테, 베네치아, 피렌체와 루카 등의 도시가 그녀에게 선사했던 인상과 추억의 일면들이 아스라한 그녀의 기억 안에서 한층 견고하게 전해오는 신비를 마주하게 한다.

 

문득 그 시기, 배를 타고 사십 여일의 기나긴 여정 끝에 다다라 이국 땅에 선 그녀를 상상해 본다. 비로소 발 딛은 낯선 풍경이 주는 내음을 맡으며, 그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더욱이 여성의 몸으로 의례히 사회가, 시대가 요구하는 암묵적인 것들에 개의치 않고 자신이 바라 마지않는 삶을 향해 발자국을 떼었던 그녀의 의지와 강단이 새삼 경이롭기마저 하다.

 

 

 

저녁 무렵 창밖을 내다보고 있노라면 문득 안개가 자욱이 깔리곤 한다. 창에서 5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플라타너스의 가지 끝이 눈 깜짝할 사이 자취를 감추고, 끝내 굵은 줄기까지 짙은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가로등 밑을 생물처럼 달려가는 안개를 본 적도 있다. 그런 날에는 몇 번이고 창으로 달려가 짙은 안개 너머를 내다본다.    - p.10

 

 

 

 

 

밀라노, 안개의 풍경 - 10점
스가 아쓰코 지음, 송태욱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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