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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0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무라카미 하루키 |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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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낯가림 심한 작가가 털어놓은 아기자기하고 비밀스런 일상
예쁘고 못나고 길고 짧고를 넘는 무라카미 하루키식 해피 라이프!

 

 

 

치밀한 구성과 전개, 특유의 분위기로 자신만의 세계를 견고하게 구축하고 있어 흔히 ‘하루키 월드’라 표현되곤 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단연 독보적이다. 그런데 소설 못지않게 매력적인 것이 바로 그의 에세이가 아닌가 싶다. 거기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비슷한 듯 다른, 익숙한 듯 낯섦에서 발견하는 의외성, 그 색다름이 호기심을 자극해 두 장르 간 동반 상승효과를 자아내는 것도 같다. 그것은 마치 소설을 쓰는 하루키는 매끈하게 면도한 후 곧게 잘 다려진 양복을 차려입은 채로 바르게 서 있는 말쑥한 모습이라면, 에세이에서 만나는 그는 한층 편안한 일상복 차림으로 역시나 내키는 대로의 자세, 수더분한 인상의 모습인 것이다. 물론 그것은 소설과 에세이라는 장르적 특색의 차이기도 해서 대부분의 작가 역시 어느 정도 마찬가지일 수도 있겠지만, 유독 하루키의 글에서 한층 선명하게 구분되곤 하는 이유는 무얼까. 이유야 어찌 됐든 그 간극이 만들어내는 온도 차까지도 매력적임에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인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참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에세이만의 솔직하고 유쾌한 모습은 소설로 달아오른 팬심을 한층 사로잡는 형세다. 그렇기에 일상을 바라보는 가벼운 듯 가볍지만은 않은 52편의 에피소드들이 한층 신선하고도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이리라. 말하자면 작가의 일상 속 모습을 엿보게 함으로써, 그가 마주한 어떤 상황 하에서의 생각이나 근래의 관심사, 이런저런 단상들에 공감하기도 하는 한편, 때로는 그의 엉뚱함과 기발함에 웃음 짓게도 되는 것이다. 그 안에서 한동안 즐거울 수 있었다.

 

 

 

에세이를 연재하다보면 ‘꼭 쓰게 되는’ 토픽이 몇 가지 나온다. 내 경우, 고양이와 음악과 채소 이야기가 아무래도 많다. 역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는 것은 즐거우니까. 기본적으로 싫어하는 것, 좋아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되도록 생각하지 않기로, 쓰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다. 읽는 분들 역시 ‘이런 건 진짜 싫다. 짜증난다’ 하는 문장보다 ‘이런 글 진짜 좋다. 쓰다보면 즐거워진다’ 하는 문장 쪽이 읽고 나서 즐거우시죠? 으음, 그렇지도 않으려나?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채소를 좋아한다. 여자도 꽤 좋아하지만, 여자에 대해 쓰기 시작하면 뭔가 곤란한 얘기도 나오므로(하고 슬쩍 뒤를 돌아본다), 아무래도 제한이 있다. 그런 점에서 채소는 마음 편하고 좋다.    - p.212 「제일 맛있는 토마토」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10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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