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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0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 무레 요코 | 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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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무레 요코의 삶과 함께 해온 동물 이야기!

 

 

 

우연하게 인연이 닿아 끼니를 챙겨주기 시작한 길고양이 시마짱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시마짱을 두고, ‘몸은 땅딸막하고 짙은 갈색과 검은색의 줄무늬에, 얼굴이 호빵만한 데 비해서 눈은 단춧구멍만하다. 물론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랑이에는 방울이 달려 있다. 모습을 드러낼 때도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안녕들 하쇼?’라는 분위기를 풍긴다.’(p.9)고 묘사한다. 그 모습을 가만히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자면, 역시나 무심한 아저씨 고양이가 그려진다. 길고양이가 밥을 얻어먹으려면 애교로 무장해도 시원찮을 판에 이토록 시크한 고양이라니. 더욱이 먹는 양도 저자와 함께 생활 중인 집고양이의 몇 배나 된다고 하니, 염치마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옆집에 사는 친구와 함께 시마짱의 밥을 챙기고, 혹여 제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은근히 걱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참 무섭다. 녀석만의 숨겨진 매력을 알아보고, 그것에 흠뻑 마음을 빼앗기는 일 말이다. 그렇기에 길고양이에게 섣불리 이름 붙여주지 못하겠다는 역자의 마음을 백 퍼센트 나는 이해한다.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이별 또한 있음을 알기에 마음 한 켠을 내주는 일이 주저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와 그 이웃집에 산다는 친구가 그랬듯, 기꺼이 이름 붙여주고 밥을 챙기는 이들이 이 세상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그들 역시 훗날 찾아올 이별의 순간을 망각해서 행한 손길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지금 이 순간, 절실하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녀석들의 눈빛을 외면하지 못했을 뿐. 덕분에 운 좋은 길고양이들은 오늘도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것이리라. 새삼 그들의 따뜻한 마음씨에 송구함과 동시에 감사함을, 깊은 안도감을 느낀다.

오늘 하루도 세상의 모든 길 위의 생명들이 무사하기를.

 

 

 

시마짱이 찾아온 기척이 몇 번이나 들어서 깜짝 놀라 베란다를 쳐다봐도 단춧구멍만한 눈을 가진 고양이는 그곳에 없었다. 그 이야기를 옆집에 사는 친구에게 했더니, “나도 그래. 밤이 되면 그런 느낌이 들어. 그래도 시마짱 하우스는 치웠어. 다시 오지 않을까, 하루 더 기다려볼까 했지만. 한 달이나 지났으니…… 안 오겠지.”    - p.207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 8점
무레 요코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김현화 옮김/양파(도서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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