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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0

야생의 위로 | 에마 미첼 | 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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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25년간 우울과 싸워온 박물학자가 수집한
꽃과 식물, 자연물에 관한 열두 달의 기록

 

 

 

지난 25년간 우울증으로 고통받은 저자 에마 미첼은 자연을 통해 위로받았다고 말한다. 『야생의 위로』는 그 일 연간의 치유의 기록이다. “우울한 날에도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위로가 된다.”(p.20)는 믿음으로, 반려견 애니와 함께 집 밖으로 기꺼이 나서곤 했던 나날이었다. 그 안에서 그녀는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만끽하며, 우울한 마음을 떨치곤 했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집으로 돌아와 일기 쓰듯, 그날에 만난 동식물을 글과 그림으로 남기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극도의 우울 상태에 놓인 날에는 극단적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그 순간에 대하여 훗날의 그녀는 이렇게 회상한다. “내 마음은 우울증이 갈망하는 자기소멸을 향해 비틀비틀 나아간다. 나는 그것을 실행에 옮길 방법들을 생각한다. (…) 11번 국도로 차를 몬다. (…) 그렇게 차를 몰아가는데 문득 도로 중앙분리대에서 자라나는 조그만 묘목들이 눈에 들어온다. 눈앞을 스치는 푸른 잎사귀와 엔진의 규칙적인 진동이 내면의 참담한 소음을 가라앉힌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나의 온전한 부분, 자연 속에서 치유를 구하는 뇌의 일부분이 깨어난다.”(p.134)라고. 그것은 자칫 잘못된 선택의 찰나에 발견한 구세주, 이를테면 자연이 내민 구원의 손길이었던 셈이었다.

초록빛 자연이 주는 싱그러움에 대한 예찬이 낯설지 않은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그런 까닭에 누군가는 도심 속 삶을 청산하고 보다 자연 가까이로 터전을 옮기기도 하고, 여건 상 어려운 경우에는 짬을 내어 가까운 산과 들, 바다로 향하곤 하는 것이 그리 특이한 일만은 아닌 것이다. 그것은 자연으로부터 받은 정기가 알게 모르게 일상에 활기를 부여한다는 사실을 몸소 깨우친 이들만의 특권일 수도 있겠다, 나 역시도 자연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힘을 신뢰하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여서 종종 숲길을 따라 거닐곤 한다. 어떤 날에는 배낭을 짊어 지고 산에 오르기도 하는데, 나갈 적마다 모든 날이 기대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닌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심지어 더없이 귀찮게 느껴지는 날도 더러는 있다. 그럼에도 기꺼이 나섰던 것은 이 문 밖만 나가면 한결같은 자리에서 다채로운 모양새로 기다리고 있을 자연의 신비, 그 우직함을 아는 이유였다. 동시에 그때그때 자연이 주었던 소소한 치유의 순간,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까닭이기도 했다.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바람결을 느끼고 흙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어제와는 미묘하게 달라진 자연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기특하게도 때를 알고 변함없이 찾아온 반가운 생명체들과의 만남만으로도, 온통 초록빛 세상에 놓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사소한 어느 한 가지만으로도 놀라울 만큼 기분이 맑아지기도, 깊이 침잠했던 마음에 생기가 돌기도 했던 그 신비의 경험을 도저히 잊지 못하는 것과도 같았다. 덕분에 한동안의 일상에도 활기를 띠게 했는데, 그것은 곧 ‘삶의 의욕’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이것이 내가 마법 같은 자연의 힘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기도 했다.

저자의 산책길에 동행할 수 있었던 한동안의 나날이 즐거웠다. 더불어 『야생의 위로』는 앞으로의 내 산책 여정에도 든든한 지원군이 돼 주리라.

 

 

 

“건조된 해안 풀밭의 향긋한 냄새, 벼랑에 핀 아르메리아꽃의 은은한 분홍빛, 작은 물고기들의 움직임, 파도에 깎여 속이 빈 바위 구멍에 고인 바닷물, 말라붙어가는 해초의 톡 쏘는 내음, 손바닥에 에메랄드처럼 소중하게 쥐여 있던 조그만 초록빛 오각불가사리. 말로스 해변과 할아버지의 정원에서 자연과 처음 만나 느낀 강렬한 기쁨을 거듭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나를 계속 살게 해주었다.”    - p.233

 

 

 

 

 

야생의 위로 - 10점
에마 미첼 지음, 신소희 옮김/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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