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현명한 개인주의자를 위한 심리 테라피
고백건대, 나는 예민하다는 말에 예민하다. 그래서일까. 새로 나온 책들 사이로 단연 눈에 띄었던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그래, 맞아. 여태껏 그래 왔던 거야.’라는 생각과 동시에 손끝은 이미 책을 향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여기까지는 거의 무의식에 가까운 끌림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대놓고 훅 들어오는 유의 책들은 대개 2차 사고 과정에서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는 걸로 마무리되곤 해왔다. 무슨 심리인지…, - 실은 알고 있다. 마음 깊숙이 수긍하게 만드는 제목의 책이 반가우면서도 결국 마케팅의 술수일 거라는 약간의 의구심, 거기에 쉬이 넘어가지 않겠다는 소심한 반발심 때문임을. 더욱이 근래 이런 식의 문장형 제목이 트렌드인 것 같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간결하게 함축성 담긴 제목이 담백해서 좋다. – 아무튼 그렇다. 모르긴 몰라도 책 제목에 혹 했다가 그 기대감에 한참은 못 미치는 내용에 실망했던 경우가 상당했던 탓도 있고…. 그런데 이 책을 마주한 날은 심리적으로 폭풍이 휘몰아치던 때여서 속는 셈 치고서 라도 내 마음에 맞장구쳐 줄 대상이 필요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제 소임을 다 한 건지도 모르겠다.
서두가 길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신과 전문의의 심리 테라피는 확실히 참고가 됐다. 일상 속에서 타인에 의해 곧잘 흔들리곤 하는 감정들을 단단하게 붙들어 맬 힘이 역부족함을 왕왕 절감할 때가 있지 않은가. 이에 대하여 저자가 제안하는 3가지 대처법이 인상적이었는데, 내 안에 담아 두고 싶어서 적어 본다. 그러니까 “첫 번째, 침범당한 내 감정의 영역을 회복하겠다는 ‘단호함’. 두 번째, 내 기준과 너의 기준은 다르다는 ‘냉정함’. 마지막으로 불안의 기운 속에서 뚜벅뚜벅 다가오고 있는 실루엣이 평소 믿고 의지하던 개인지 나의 자존감을 헤치러 오는 늑대인지 구분하겠다는 유연한 ‘결단력’이 바로 그것이다.”(p.24) 이는 곧, 내 감정의 영역에 침범하여 되려 주인 행세를 하려는 세력들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중한가에 대한 역설이기도 할 텐데, 이것을 내재화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감을 갖게 했던 것이다. 이 외에도 이런저런 고민을 안고 내방했던 이들의 사례들을 통한 저자의 심리 테라피는 자신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타인과 건강한 관계 맺기에도 여러모로 도움이 되리라.
자존감은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취사선택해 나가는 힘이다. 좋은 선택을 많이 할수록 그 삶은 더욱 건강해진다. 나는 우리가 자신에게 형벌을 내리는 집행자가 아니라 자신을 구제하는 구원자가 되기를 바란다. 나의 구원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 p.94
내가 예민한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 유은정 지음/성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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